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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Oct 16. 2021

한 지붕 6개국 8명

게스트하우스

2. 한지붕 6개국 8명


우리는 베를린의 남부쪽, 강민이가 다닐 유치원에서 20분 내외 거리에 있는 숙소를 알아보았다. 정확한 위치와 분위기는 직접 와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2주만 예약했다. 

3층의 하우스와 뒷 마당이 있고, 주인 할아버지가 함께 살고 있다. 싱글침대가 두 개 있는 방 한칸이 우리만의 공간이고, 우리 방이 있는 2층에서 프랑스에서 온 스튜어디스와 폴란드에서 온 화석연구원과 욕실을 함께 쓴다. 1층 거실과 주방은 모두 함께 쓰는 공용공간이다. 

지하에는 미국에서 온 NASA를 꿈꾸는 대학청년 둘이 살고 있고, 3층에는 독일인 주인 할아버지와 스위스에서 온 교환학생이 지낸다.


부끄러움이 많은 강민이에게 처음은 어색하고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사람과 그들의 각기 다른 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장 과정을 겪는 것은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스테파노는 매일 아침, 에스프레소와 쿠키를 먹고 파스타를 한 끼 또는 두 끼를 먹는다. 대충 만드는 것 같은데 맛있다. 강민이는 밥을 먹고 났는데도 스테파노가 파스타를 만들면 꼭 같이 먹는다. 서로 독일어를 못하기 때문에 이때 꼭 필요한 영어도 한 마디 배워서 준비했다. „ Are you making Spagetti? Can I have some?“ 어느 나라에 가도 잘 살아남을 녀석이다.

NASA를 꿈꾸는 타일러와 마당에서 식사를 함께 하면서, 하늘에 반짝이는 게 다 별이 아니라 어떤건 인공위성이라는 걸 배웠고, 한국인인데 한국어는 못하고 영어만 하는 조셉한테서는 입안에서 체리꼭지를 혓바닥으로 묶는 법을 배웠다. 


게스트하우스 생활에서는 절대 게으를 수가 없다. 욕실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샤워를 빠른 속도로 해야하고, 뒷정리도 깔끔하게 해야 한다. 특히나 머리카락이 나만 까만색이라서 절대로 한 올도 남겨둬서는 안된다. 이건 나라를 망신시키는 일이다 상기하며 뒷정리에 만전을 다 했다. 

냉장고가 작아서 한 칸만 배정을 받았기 때문에, 많은 식재료를 사 둘 수 없고 부지런히 매일 장을 보고, 정말로 딱 필요한 식품만 사서 보관하게 됐다. 냉동고가 없다보니 아이스크림을 사 둘 수가 없어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땐 걸어서 15분 거리의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서 먹고 와야했다. 

이렇게 한 지붕 아래, 1~3주 단위로 5~7개국, 6~10명의 생활은 매일이 새롭고, 문화 충격에 부딪히고, 부끄러움을 느낄 때도 많고, 부지런하게 만들고, 불편함이 잔뜩이기도 한… 인간이 살면서 겪을 복합적인 상황들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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