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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Feb 16. 2021

저기요, 신발끈 풀렸어요.

독일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유난히 나만 그런가? 

나는 신발끈이 잘 풀린다. 아니, 내 신발은 끈이 자주 풀린다고 해야겠다.


독일에 살면서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인 것 같다.


저기요, 당신 신발끈이 풀렸어요~

copyright by unsplash


슈퍼에서도, 기차역에서도, 서점에서도, 도서관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보이기만 하면 누구나 말해준다.


네, 고맙습니다. 하고 다시 동여매고 걸었다. 그런데 그게 어느새 또 풀렸는지...


저기요, 당신 신발끈 풀린 거 알고 있어요?

가끔은 내 손에 들고 있는 짐이 많아서 그냥 풀린 채로 걷고 있는 건데....

너무 자주 듣다 보니, 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거다...

" 네, 저도 알고 있어요. 고마워요."

왜냐하면, 그 말을 해 준 사람은 내가 신발끈을 똑바로 묶을 때까지 쳐다보기 때문이다.

나는 좀 더 있다가 묶을 거고....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인데도 신경 써줘서 고마웠다. 그러다가 좀 지나서는 10분에 20명이 말할 정도로 귀찮을 정도여서, '아니, 내 신발끈이 그들과 무슨 상관이라고, 좀 냅두지--;'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당신 신발끈이 풀려있어요.

라고 말해주고 있는 내 모습에 문득 깨달았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보기에 신경쓰여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풀린 끈을 밟고 넘어질까봐 염려가 되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전혀 모르는 타인이 자신의 풀린 신발끈을  밟고 넘어질까봐 걱정 해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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