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릴 적부터 작가로 성장하여 활동하고 싶었기에 제 관심사는 자연스레 다른 성공한 작가들의 삶을 엿보고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대학원 전공도 잠시 예술사학을 전공했었죠. 물론 공부할 당시에는 너무나 재밌었지만 결국엔 예술 경매나 학자의 길을 걷지 않을 것을 알기에 다시 붓을 드는 전공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그들만의 시선과 화풍으로 동시대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능숙한 작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일러스트레이션 전공과 예술사학의 전공의 케미가 그런 상징과 은유의 재미를 더하는데 한 몫을 한 것 같긴 합니다. 예를 들어 에두아르 마네의 1873년 <철도에서>라는 작품을 통해 기차를 사용하기 시작한 현대 산업의 모습과 그 기차 연기 너머의 아파트등.. 이러한 것들을 통해 당시 작가의 시대 배경을 읽을 수 있었고 저는 그러한 단서를 작품 속에서 찾고 읽는 것을 즐겨했습니다. 때로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통해 컬러감이 주는 힘을 배우면서도 거친 붓터치감을 보며 작가의 화풍으로 바라본 세상의 로맨틱한 요소들을 참 애정했죠.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이런 저런 옛작가들의 조각들을 모아 저 스스로 작가에 대한 기반을 다지며 작품에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영감을 받지 않는 작가는 없다 생각합니다. 독특한 컬러감으로 추대받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앙리 마티스의 컬러를 보고 영감을 받았던 것 처럼요."
제가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를 어떻게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내냐는 것 입니다. 우선 제가 가장 원초적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작품의 재료를, 동시대 성질을 띄우고 있는 미디움으로 바꾸는 것 이었습니다. 제가 아이패드로 작품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일찍이 2008년부터 시작을 했기 때문이죠. 그 당시에는 정말로 직접 컴퓨터에 두꺼운 볼펜같은 타블렛 펜을 연결하여 포토샵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에 직접 타블렛 펜을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생겨났습니다.
2012년도 당시 제 전공은 일러스트레이션이었지만 학교에서는 전공을 일러스트레이션과 카툰을 엮었기에 드물지 않게 카툰과 친구들의 작업 방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교수진들은 주로 종이 위에 작업하는 것을 선호했고 뉴욕이라는 작은 도시 특성상 부피가 큰 작업들을 편하게 할 수 없었기에 다들 작은 그림들을 그리며 과제 작품을 만들어 갔습니다. 각자 가져온 작품의 사이즈가 대게 A4 남짓이었으니까요.
시대가 빠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 것은 2013년도 쯤 이었습니다. 바로 전 학기 까지만 해도 종이 위에 카툰과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던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조금 더 빨리 트렌드를 접하고 작업 능률과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 일반 애플사 컴퓨터에서 와콤사의 타블렛 펜으로 모니터에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컴퓨터로 전면 교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모니터에서 작품 세계를 펼쳐도 괜찮구나, 사회에서 디지털 페인팅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구나를 그때 처음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러스트레이션 전공은 의견이 분분 했습니다. 흔히들 파인아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분류가 되어 가르치는 과목인 페인팅과 드로잉 수업들은 철저하게 클래식 페인터로서 가르쳤기에 그에 따랐지만 대게 젊은 교수님들의 전공 수업에서는 철저하게 디지털 작품을 들고가 매 수업마다 크리틱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 주변 친구들은 모두 손 그림을 그려가며 컬러나 구도를 바꾸느라 몇날 밤을 세고는 했는데 그럴 때 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작업을 한다면 더 쉬울텐데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습니다. 그래서 과제가 아닌 개인 작품을 만들 때면 타블렛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후 빔을 이용해 캔버스에 스케치를 쏴서 작업을 하거나 했죠. 굳이 클래식을 고집해야한다면서 캔버스에 직접 그림을 하나부터 열까지 그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패드를 저는 2017년에 처음 구매했습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타블렛이 있는데 굳이 아이패드를 이용해 그림을 그려야하나?'라는 생각들이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었기에 약2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아이패드는 당시 어린 나이인 저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죠.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아이패드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뭐 그 다음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새로운 미술 재료로서 아이패드의 가능성을 보고 작업에 더욱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주 시기들과 겹쳤기에 아이패드는 미술재료로서 더욱 좋았습니다. 2017년 10월 마지막 날 전 한국에 귀국을 하였고 이후에는 베트남에서 거주 하였으나 전시 일정이 있을 때마다 서울에 작품을 들고 와야 했습니다. 게다가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라 미술 재료나 작품 또는 책의 반입의 검열이 있었고 그런 나라를 오가는 저에겐 아이패드를 이용해 작품을 그리고 책을 읽는 용도로 매우 안성맞춤 이었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아이패드 작품을 전시하고 만들어낸 시기가 2018년부터 입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제 작품 대부분은 현대 디지털 미디어기기로 널리 알려진 아이패드를 사용해 스케치의 재료로 쓰거나 아이패드 유니크 피스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아마도 아이패드의 쓰임 이후에 증강현실을 이용한 미디어 기기가 대중화 된다면 적극적으로 동시대 미술 재료로서 검토해 볼 의향도 있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며 제가 속해있는 동시대의 미디어 이미지(광고 또는 영상의 화면 구성)에서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사실 이러한 영감들도 다 이유가 있는데요, 어릴적부터 제 꿈은 광고 디자이너였고 광고계에서 일하고 있는 가족을 보고 자라다보니 눈에 익숙한 비율이나 비주얼의 특징들이 주로 상업 이미지들 입니다.(후에 알게된 것인데 제 작품과 자주 언급되는 알렉스 카츠의 작품들도 광고등 상업 이미지의 비율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그의 전시에서 알게되었네요.) 또는 직접 일상을 보내며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마치 포토샵이나 화면 필터를 씌운 듯한 텍스트 또는 이모티콘등을 작품 속에 그려 넣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젊은 세대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스스로의 컨텐츠를 생산하면서 다름을 추구하기 위해서 필터를 씌워 이미지를 완성하거나 단순 이미지만으로 부족한 콘텐츠를 직접 콘텐츠인 텍스트로 함께 꾸며 보는 이에게 전달하곤 합니다. 제 작품 속에서 유난히 텍스트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죠. 이러한 작품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나타내는 영감의 결과로서 세월이 지나도 항상 작품에서 은유적으로 시대를 읽고 작가의 삶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별첨으로 제가 작업에 관해 받은 질문과 대답을 첨부합니다.
1) ipad painting on canvas는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는 것인가요?
동시대 미술 재료로 쓰이는 아이패드의 특정 페인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1:1 실물 사이즈의 작품 크기를 우선 선정하고 아이패드에 화면서 적게는 수배에서 수백배 확대 및 축소하여 작품을 그려 완성합니다. 그렇기에 작품의 이미지속 브러쉬가 깨져보이거나 흐린 부분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ex: 전지 사이즈의 작업을 할 때 프로그램에서 전지 사이즈를 설정하여 수십배 확대하여 가상 페인팅 툴(프로크리에이터)로 완성을 합니다 )
아이패드에서 작업하는 것은 보통의 제 작품 제작 방식과 비슷한데, 여러 컬러를 레이어링하여 쌓아 색감의 조합을 완성합니다.작품들은 대부분 실제 촬영한 것과 때로는 디지털 이미지 콜라주(스케치 단계)를 제작 후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진행하게 됩니다.
유니크 피스같은 경우는 아이패드 미술 재료 특성이 두드러지는 (누가봐도 컴퓨터 작업과 같은 가상)브러쉬 툴과 마치 실제인 것 같은 페인팅 브러쉬 툴의 특성을 두루 살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패드 페인팅만이 가지고 있는 가상의 텍스쳐와 과 현실의 텍스쳐를 오가는 듯한 느낌을 동시에 자아내기도 합니다.
작업이 완료되면 이 후에 고급 캔버스에 출력을 하여 실물로 제작을 하고 컬러 및 디테일 검토 그리고 프레임 작업을 통해 완성이 됩니다.
2) ipad painting 과 ipad painting on canvas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같습니다! 그렇지만 초기 몇몇 작품들은 제작을 종이 위에 하였기에
아이패드로 작업 후 종이에 제작한 것과 캔버스에 제작한 것을 나누기위해 표기를 한 것입니다:)
주로 아이패드 페인팅만 되어있는 것은 2019쯤 종이로 제작한 작품들인 경우가 있습니다.
에디션 1만 종이, 2-3은 이후 작품 퀄리티 및 통일성을 위해 캔버스 표면 위 제작이 된 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