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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김연지 Jul 11. 2016

굿바이 디스크, 보디빌더 도전기 - 첫번째 '믿음'

나에 대한 믿음과 나를 붙잡아 준 운동, 그렇게 도전은 시작됐다

어차피 운동하는 거,
피트니스 대회 나가보면 어때요?

재활 시작한 지 1쯤 됐을. 트레이너가 제안했다. "일하면서 운동 꾸준히 하기 힘들텐데 동기부여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다. 피트니스 선수로 무대에 서라는 것이 아니라 매일 운동하기 위한 목표를 두라는 얘기였다. "남들보다 근육이 좀 잘 붙는 것 같다"는 칭찬?!까지 덧붙였다.


디스크라는 건 일종의 노화현상이다. 그래서 보통 '퇴행성'이 동반한다. (겨우 만 28세에 목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은 나도 마찬가지다.)


달리 말하면 일단 디스크가 오면, 평생 이 상태로 살아야 한다. 염증 도려내듯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좋은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도 '낫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이제 다 나았냐"고 물어보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나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괜찮습니다"라거나 "잘 버티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이유다.


결국, 재발하거나 더 악화되지 않으려면 운동을 꾸준히, 또 평생, 해야만 하는 처지인 셈이다. 후회한들 원망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지난 건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

당시 회사에 복직하고 일에 적응하려던 터라 사실 운동하는 게 쉽지 않았다. 피곤하면 그저 드러눕고 싶은 맘이 간절했고 어떤 운동이든 20개씩 3세트는 기본이지만 갯수는 점점 줄어만갔다. 운동하는 자세도 엉터리에, 집중력도 떨어지고, 안하느니 못하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일과 운동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근데, 지금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대회까지 나가라고? 더구나 이 몸으로? 트레이너 선생님껜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그땐 그저 웃어 넘겼다. 


진심어린 조언을 잔소리 취급해서였을까. 그로부터 얼마안 가, 디스크가 재발했다. 일도 무리하면서 자세에 신경도 못쓰고 운동도 소홀해진 탓이리라.


몸이란 게 그렇다. 일단 한 번 망가지면 아프기 전의 몸으로 되돌리긴 불가능하다. 특히 뼈는 상처에 새살돋듯 아무는 게 아니다. 망가진 이상 주변 근육이 단단히 버텨줘야 한다.


그러나 코치나 감독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하루치 운동에 대한 평가를 일일이 매길 수는 없다. 무엇보다 매일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트레이너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 재활 운동을 시작할 때는 일상생활과 회사 복귀가 목표이지 않았나. 너무 무리만 하지않고 괜히 까불지만 않는다면 웬만한 일상 생활은 이제 가능해졌다. 회사에도 복귀해 일도 하고 있다. 이를 이룬 이상 나를 붙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보디빌더 대회는, 현재 내 상태와는 너무 먼 얘기였고 당치도 않았던 얘기였다. 창피해서 가족에게조차 말도 못꺼냈다. (부모님은 아직도 모르신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켠에선

뭔가 증명하고픈 욕구가 생겼다.


"나 이제 괜찮다고. 많이 아팠지만 수술없이 운동으로 극복해냈다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고"


더이상 골골대던 내가 아닌

더 강하고 단단해진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디스크로 고생하는 수많은 현대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수술없이 운동만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우리 몸은 치유력이 있고 

생각보다 강하다고.

의사보다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그렇게 내 도전은 시작됐다.

관련브런치.

https://brunch.co.kr/@yeonjikim/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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