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디스크, 보디빌더 도전기 - '꾸준함이 살 길'
보디빌더 대회에 나가보기로 한 뒤 정한 목표는
"무대에서 창피할 정도는 되지 말자"였다.
목표는 크게 세워야한다지만
척추질환자(?)인 내겐 그것조차도 큰 목표였다.
완벽한 몸은 안될지라도 적어도 무대에서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뛰쳐 내려오고 싶은
그런 마음만큼은 안 들도록 하고 싶었다.
목표가 크던 작던 경쟁에 참가하기로 한 이상
많은 시간을 운동에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이른 출근에,
퇴근은 당췌 불규칙적이라,
운동 시간을 딱 정해두고 전념하기란 불가능했다.
아침마다 "1분만 더"를 외치며 힘겨운 사투 뒤에야 늘 출근하곤 했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기로 한 이상, 아침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눈떠서 출근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운동에 쓸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직장인에게 가장 두려운 월요일 아침부터 시험을 해보는 것은
그날 한주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
토요일에 운동을 하면서 계획 짜기에 돌입했다.)
기지개 켜며 일어나 양치& 따뜻한 물 한잔 쭉 들이키며
눈꼽 좀 뗀 뒤 (실내용) 스테퍼나 자전거에 올랐다.
(점점 헬스 기구들로 안그래도 좁은 집이 더 좁아지고 있다는 ^^;;;;;)
목과 허리 디스크 때문에 몸이 안 풀린 상태서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하는건 금물!
그렇다고 눈뜨자마자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단다.
(이번에 운동하다 알게된 건데, 보통 스트레칭은 운동 전에 한다고 여기지만
몸이 덜 깨거나 덜 풀린 상태서 쭉쭉 늘리다가 관절이나 인대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테퍼와 자전거로 유산소운동을 가볍게 시작하면서
손과 머리는 놀고 있는 이 시간을 뉴스모니터에 쓰기로 했다.
(기자들은 오전 보고에 출입처 관련 뉴스모니터를 올려야한다. 물 먹은거 없는지..)
이렇게 10분 동안 몸도 풀고 잠도 깨고 나면
목 허리 어깨 골반 허벅지 등 5분 정도 가볍게 그리고 충분히 스트레칭을 했다.
(건강하려 운동하는데 운동하다 다치면 무슨 소용..!)
그리고 최소 시간에
최대 효율을 올릴 수 있는 운동을 생각해봤다.
1.짐볼크런치 100번
2.버피테스트 50번
3.(슬라이딩)푸쉬업 30번
4.마운틴 클라이머 (양쪽 다리 한 번으로 치고) 50번.
5.플랭크 1분씩 3번.
#버피테스트
(영상이ㅠㅠ 가로로 편집이 안되네요ㅠㅠ죄송)
(지금은 이것도 코어가 많이 좋아져서 폴짝 폴짝 뛰는 게 가능하지만 ((게다가 이 영상은 휴가와서 오후에 찍은 것임;; ㅎㅎ)) 목이나 허리가 안 좋다면 아침에 버피테스트할 때는 엎드려서 점핑해 두다리 펴는 오리지널 동작말고 한다리씩 폈다가 접는 응용버전을 추천한다. 나 역시 그렇게 했고. 층간소음 방지에도 좋다!)
#푸쉬업 응용 동작
#마운틴 클라이머
- 복근과 유산소 동시에 잡기 좋다
* 짐볼크런치는 짐볼에 누워 윗몸을 복근에 자극올 정도까지 절반 정도만 일으키는 동작으로 허리에 부담없이 복근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이다.
버피테스트는 유산소와 함께 코어와 다리 근력까지, 푸쉬업은 가슴 등 어깨 또 코어에도 좋고, 마운틴 클라이머 특히 플랭크는 코어 운동의 꽃으로 불리는, 내 재활에도 가장 큰 도움을 준 운동이다. 이 운동들은 다른 운동 장비도 전혀 필요없고 공간도 차지하지 않을뿐더러 칼로리 소모에도 훌륭하다.
모두 예상했겠지만
이 모든 운동을 아침에 해내기에는 너무 너무..힘들었다..
그나마 크게 부담없는 짐볼크런치와 코어에 좋아 재활 초기부터 꾸준히 해온 플랭크와 마운틴 클라이머도 해볼만 했다.(물론 시간은 소요됐지만)
하지만 버피와 슬라이딩 푸쉬업은 시련이였다.
버피 10개만 해도 숨이 차올랐고 푸쉬업은 내 몸무게를 새삼 느끼게해줬다.
이 갯수를 다 채우려단 만날천날 지각할것같고
급히 하다 괜히 또 목이나 허리를 다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또 (선수들이보면 비웃겠지만) 새벽부터 빡세게 운동했다, 출근하자마자 퇴근시 피로가 몰려올 것 같아서 계획을 수정했다.
나머지 5가지 운동은 15분에 모두 끝마치기로 하고 운동량은 절반 이하로 줄였다.
짐볼크런치 50개. 버피 20개. 푸쉬업 10개. 마운틴클라이머 30개. 플랭크 2번으로.
버피는 또 허리와 무릎에 반동이 가고 층간소음이 문제될 수 있어서 다리를 한발씩 뻗고 한 발씩 접는 응용동작으로 바꿨다. 또 시간이나 에너지가 딸릴땐 버피와 푸쉬업을 합한 응용동작으로 15개만 하기로 했다.
오.
가능했다.
15분 안에 됐다.
이렇게 꾸준히 "보름만 무조건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시작한지 사흘만에 "1분만 더"라는 고질병도 도졌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좋아질 모습을 생각하며 이불을 걷어냈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작심삼일도 120번이면 일 년이다
또 익숙해지면 갯수를 운동별로 하루 한 개씩만 늘려가보기로 결심했다.
그러기를 하루, 이틀, 일주일, 열흘
그리고 목표한 보름째 날.
10분씩 걸리던 버피 50개가, 푸쉬업 30개가 4분 안에 끝냈다.
탄성이 붙은 것이다.
빠듯하던 출근 시간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석달 뒤
1.짐볼크런치 100개 1분 30초.
2.버피테스트 50개 4분 30초.
3.푸쉬업 30개 2분 30초.
4.마운틴 클라이머 50쌍(?!)1분 30초.
5.플랭크 1분씩 3세트 3분
혹은 (버피 & 푸쉬업 합한 동작으로 2번-3번 대체) 30개 3분.
버피랑 푸쉬업 그리고 마운틴클라이머로 코어운동이 되는 만큼 간혹 늦게 일어나거나
정말 몸을 움직이기싫을 땐 플랭크를 1번만 하고 '출근전 10분 운동'으로 마무리했다.
그래도 몸에 준 유쾌한 자극은 충분했다.
아침에 얻은 10분 성취감은 출근길에 활력을 십분 불어넣어줬다.
눈뜨자마자 목표치를 달성하면서 오늘 하루 성과는 왠지 더 좋을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출근길 발걸음은 운동하기 전보다 오히려 가벼워졌다.
가랑비에 옷젖고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
꾸준함이 정답이다.
다들 그런다.
아침밥도 못 먹는 와중에 출근 전에 그럴 여유가 어딨냐고?
바람이 있다면, 일단 한 번이라도 해보시길..!!
그리고 딱 사흘만 지속해보길 권한다.
버피테스트나 푸쉬업, 힘들지만 고 순간만 집중해서 후루룩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안 간 것을 알게될 것이다.
딱 2분씩 5번만, 아니 3번만이라도 참아보면 어떨까.
그 다음 이틀 쉬더라도, 나흘을 꾸준히 해보고
그리고 일주일을 열흘을, 그렇게 석 달만 하다보면
운동 안하고 출근하면 왠지 모르게 더 찝찝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노래가사처럼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였다.
좋은 습관은 당신의 생각보다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결과를, 바로 당신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