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디자인을 전공하던 시절부터 쭈~~ 욱
원단 욕심이 많았기에 원단을 이고 지고 살면서 미싱을 종종 돌리곤 했던 나에겐 패브릭 소품은 참 친근한 아이템이었다. 키친크로스가 나의 주방에 자리 잡기 시작한 이유는 사실 그냥 갖고 싶어서였다.
그냥 예뻐서!!
가지런히 쌓여있던 모습에서 아날로그 한 분위기와 따뜻함이 느껴졌고, 마침 집에는 원단이 참으로 많았기에
일단 원단을 잘랐다. 광목으로도 만들어보고 거즈로도 만들고 소창으로도 만들며 여러 가지를 만들어 써보면서 정착한 원단이 바로 거즈와 소창이다. 쓰다가 찢어지면 또 만들고 얼룩이 안 빠지거나 가끔 태워먹으면 또 만들고.. 주기적으로 꾸준히 미싱을 돌돌돌 돌린다.
소창행주
한번 쓰기 시작하면 이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그 유명한 소창행주..
식세기 이모님께 부탁할 수 없는 우드도구와 무쇠소재를 많이 사용한다면 소창행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짝꿍. 소창원단은 목화솜으로 짜인 면직물이다. 천기저귀로 사용하는 원단이 바로 소창!!
그만큼 흡수력은 말할 것도 없고, 통풍도 잘되고, 빨리 마른다. 면이기 때문에 푹푹 삶아서 사용하기에 좋다.
시중에서는 2겹과 3겹 소창행주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난 3겹과 4겹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물기를 닦다 보면 2겹은 흡수력이 많이 아쉽다. 소창행주를 사용하기 전에 꼭 거쳐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정련과정이다. 이 과정이 귀찮을 수 도 있지만 정련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뽀얗게 하얘지는 행주를 만나는 건 살림기행의 힐링이다. 천연소재인 소창원단은 원단 생산 과정에서 풀을 먹여 만들기 때문에 이 풀기를 꼭 제거해 주어야 행주로서의 역할을 한다. 풀기 제거 없이 그냥 사용하면 물기 흡수는 전혀 되지 않기 때문!
정련과정은 처음 한 번만 하면 된다.
1. 뜨거운 물에 행주를 2시간 이상 담가 둡니다. 물이 누~렇게 변할 거예요.
2. 손으로 조물조물 잘 빨아서 따뜻한 물에 한번 더 2시간 정도 담가 둡니다.
3. 한 번 더 조물조물 잘 행군 후 과탄산소다를 넣고 삶아주세요. ( 물 1L : 1스푼)
4. 넘치지 않게 중 약불에 20분 정도 삶은 후 헹궈주세요. 이과정을 2번 반복합니다.
5.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잘 행군 후 잘 말려주세요.
구입 후 직접 정련을 하기도 하지만 정련과정까지 다 마친 소창행주를 판매하기도 하므로 정련이 귀찮을 땐 정련을 마친 행주를 사는 것도 좋다.
소창티슈/와입스
우리 집 작은 남자 서준이는 먹는걸 말도 못 하게 좋아한다. 정말 정말 참 잘 먹는다.... 서준이의 먹성은 저의 인스타에서도 알아주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또 입에 뭐가 묻는 건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기 때부터 그랬다.
지금은 제법 커서 좀 덜하지만 아기땐 그냥 다 먹고 한 번에 닦아도 좋으련만 (잔뜩 묻힌 모습이 또 귀여우니까 ㅎㅎ) 계속 닦으면서 먹곤 했다.
다른 곳에는 모래든 크래용이든 그렇게 묻혀대면서 얼굴에 뭐가 묻는 건 또 못 참는다. 참 희한한 일이지만 난 이건 남편의 만든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애 입에 뭐가 묻는걸 본인이 더 못 참아서 열심히 닦아버리던 아빠.. vs 맛에 집중하고 감각에 집중하게 그냥 두어라.. 지금은 먹는 연습을 하고 미각을 깨우는 시간이지 청결 유지시간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엄마..
우리 둘이 그렇게 난리난리 피우던 시절 ㅋㅋㅋㅋ
결국 혼자 밥 먹을 만큼 큰 이후엔 스스로 계속 닦느라 밥만 먹으면 옆에 휴지가 한가득 쌓이곤 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또 미싱을 돌린 결과물이 소창티슈이다.
임신시절… 사은품까지 죄다 긁어모아서 몇십 장을 채워두면 ‘모자라다’,’더 사고 더 모아라’라는 말을 듣던 거즈수건.. 그렇게 줄기차게 모아놓고 신생아 시절 내내 몇십 장씩 빨아대던 그 거즈수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손바닥 만한 사이즈로 만들어서 예쁜 바구니에 졸졸졸 줄 세워 담아 식탁에 올려놓고서 한 끼에 한 장씩 쓰고 있다.
다행히도 그 시절 치열하게 사용하던 거즈수건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ㅎㅎㅎ
소창은 빨면 빨수록 부드러워지고 흡수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티슈로도 참 좋다.
키친크로스
요즘 원단 진짜 진짜 말도 못 하게 예쁜 게 많다. 그래서 키친크로스도 예쁜 게 정말 많다. 인테리어에서 기분전환하기엔 젤 쉽고 간편한 게 쿠션커버나 커튼 같은 패브릭인 것처럼 부엌에서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예쁜 키친크로스 몇 장만으로도 기분이 산뜻해진다. 계절마다 바꿔 꺼내 쓰는 재미가 정말 쏠쏠한데 지금은 일 년 내내 여름인 나라에 살고 있다 보니 그 재미가 좀 덜하긴 하다.. 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그 재미와 설렘을 다시 느끼고 싶다.
다양한 패턴의 키친크로스로 냄비뚜껑을 집기도 하고 앞에서 다룬 냄비기행과 프라이팬 기행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냄비와 프라이팬 깔개로 쓰기도 한다. 때론 브래드 바스켓 속에 살포시 깔아주기도 한다.
냄비를 집는 그 순간에도 부드러운 원단의 촉감에 기분이 좋아지고, 더 예뻐진 바스켓에 담긴 빵과 냄비아래에 살짝 삐져나오는 예쁜 패턴이 식탁을 더 예쁘게 만들어준다.
소창행주는 때론 보자기로 변신하기도 한다. 맛간장을 만들어서 새 소창행주로 예쁘게 포장해서 지인에게 건네기도 하는데 그냥 편하게 나누려고 만든 맛간장이 특별한 선물이 되는 순간이다. 받은 사람은 행주로 사용할 수 있으니 더없이 좋은 포장지이다. 이런 한순간 한순간의 작은 힐링들이 모여서 살림의 재미를 더해준다.
지금까지 총 9회에 걸쳐서 나의 살림을 나누어 기록해 보았다. 이렇게 주제를 나누어 기록해 보면서 나의 살림을 정리해 보는 기회도 되었다.
난 살림에 재미를 느끼고 하나씩 내 맘에 들게 갖춰지는 모습에서 행복을 느낀다. 물론 나도 살림의 모든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별로 재미없는 부분도 있다. 셀프인테리어는 좋아하지만 비워내고 미니멀하게 정리하는 건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요리를 좋아하고 부엌 살림살이를 정돈하는 건 또 좋아한다.
부엌살림 정돈에 맛을 들이 고나니 집안 전체의 청소와 정리도 꾸준히 할 재미가 생기는 것 같다.
모두가 다 완벽한 살림을 꿈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완벽한 살림이란 건 없을 테니까…
좋아하는 살림을 하나씩 찾다 보면 살림이라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될 것이다.
오롯이 어여쁜 살림기행
'살림기행의 살림살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