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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거북이 등껍질

헤르메스적 사고 어때요?

by 쓱쓱

헤르메스는 요즘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매우 유명한 신이다.

그는 소위 전령으로서 '지옥과 천국'을 넘나들고 신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넘나드는 신이다.

즉,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극강의 인싸 신인 것이다.

사진을 보면 여기저기 다니느라 얼마나 바쁜지 모자와 신발에 날개를 달아놨는데, 정말이지 찰떡같은 형상화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경계가 없기 때문에 헤르메스는 우주의 모든 비밀과 위대한 신들의 지혜를 포섭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비밀과 지혜를 담아 '헤르메티카'라는 책을 만들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구전되다가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러 문서로 정리되었다고 하는데, 성경과 코란만큼 오래된 지혜의 책이라고 한다.


자기 경계가 명확하면 좋은 점도 많지만, 사실 고정된 세계에 묶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헤르메스는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헤르메스의 거북이 등껍질은 그런 특징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 준다.


신화에서 헤르메스는 태양과 문명의 신 아폴로를 속이고 그의 소를 훔치게 되는데, 노발대발하는 아폴론을 달래기 위해 재빨리 거북이 등껍질로 악기를 만든다.

사실 아폴론 또한 지혜의 신이었기 때문에 나름 사물에 대한 통찰을 잘하는 신이었지만 거북이의 등껍질이 악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헤르메스의 발상에 매우 놀라면서도 감격했을 것이다. 또 실제 아폴론은 음악의 신이기도 했기에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악기의 음악을 들으며 화가 풀렸다고 한다.


이처럼 헤르메스는 사물의 외형에 제한되지 않았다.

그는 사물에 내재되어 있는 가능성과 잠재성을 읽고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사물과 상황, 대상의 경계를 짓지 않고 자유롭게 그 경계 넘어 유연한 사고를 가질 때 가능한 능력이며 이러한 능력이야 말로 통합과 조화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보이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고 대상의 내면에 담긴 힘을 읽고 해석하는 유연한 사고.

헤르메스가 인류 연구 방법론 중 거대한 줄기인 해석학의 기원이라는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타당하게 보인다.


요즘 OO적 사고가 꽤나 유명한 것 같은데,

모든 것이 빠르고 가볍고 불확실하며 극단적인 시대에 이러한 헤르메스적 사고를 조금이라도 장착한다면 어느 정도는 서로 조화롭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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