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거울

by 쓱쓱

까르르 봄 햇살 같이 따뜻한 웃음소리 사이로

이른 새벽 아침 이슬처럼 반짝이는 너의 얼굴

세상을 다 기진 듯 행복한 나의 마음


징징징 온몸의 세포를 긁어대는 짜증 섞인 소리 사이로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깡통처럼 못난 너의 얼굴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진 나의 표정


악악악 새빨갛게 달아오른 용광로처럼

갖은 힘 껏 분출되는 너의 절망, 너의 분노

까맣게 타고 남은 내 가슴속 잿더미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나의 미소는 너의 웃음이 되고

나의 분노는 너의 절망이 되고

나의 냉기는 너의 불안감이 되지


너는 나를 비추는 이 세상 가장 진솔한 거울

아주 작은 한숨도 놓치치 않는 완벽한 모방자

너는 나를 성장시키는 이 세상 가장 엄격한 거울

끊임없는 성찰을 불러오는 혹독한 삶의 동기







덜컥 겁이 났었다.


인간이 인간을 한 치의 의심도 망설임도 없이 완벽하게 의지한다는 것이.

어떠한 계산도 타산도 없이 순전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의탁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그 순진함 앞에 선 내가 너무나 요동치는 존재였기에

더 두려웠던 것 같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의 웃음이 이토록 충만하게 가슴 전체를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물론

누군가의 울음이 이토록 처절하게 마음을 바닥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나는 그렇게 충만함과 서늘함을 수도 없이 오가며 당황했고

이윽고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환한 웃음이

그 절망적인 울음이

먼저 나의 것이었음을.


그래서 두려웠던 것 같다.

나를 그냥 그대로 비추기 때문에.

요동치던 나 자신을 스스로 두려워했기 때문에.





이제 나는 안다.

그 두려움은 내가 만든 나만의 불안과 자만의 성 때문이었다는 것을.


아이에게 완벽하고 이상적인 반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과

당연히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그 완벽하고 이상적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불안이

그 순수한 의존과 신뢰 앞에서 나를 떨게 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자만하지 않는다.

나는 완벽하지 못할뿐더러,

이상적인 상태와는 더더욱 멀리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끗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신,

나 스스로 그럭저럭 괜찮은 나로 살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부모의 꼴을 거울처럼 반영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혹독하지만, 끊임없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삶의 에너지로써 말이다.


그 운명이 내 삶에 축복이 될지, 불행이 될지는

무겁지만 결국 모두 나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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