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공기처럼 산화한다
입자로 쪼개진 뜨거움이 바람에 흩어진다
기약할 수 없는 현실의 그릇 안에서
사방이 막힌 듯, 혹은 뻥 뚫린 듯
오롯이 홀로 남겨져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너와의 연결점을 찾게 되고
차곡차곡 쌓이는 소망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열정의 장작들이 된다
세상이 아름다울수록
너를 향한 마음은 짙어지고
그렇게 또 하나의 소망이 깊게 쌓인다.
태워내고 태워내도 꺼지지 않는 이유는
아직 내가 살아있음이다
아직 네가 살아있음이다
그리움은 사랑이라는 토양에서 자란다.
당연히 그 토양이 비옥하고 특별할수록
그리움은 크고 튼실하게 자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랑을 한다고 해서
매번 그리움이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그리움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처음엔 가슴이 저리다 이내 뜨거워진다.
그렇게 뜨거워진 가슴으로부터
겨우 빠져나온 숨들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조금씩 산화되어 흩어진다.
마음이 조금씩 깎여나가 흩어지는 느낌은...
좀 묘하다.
다시 복구될지 도무지 기약이 없는 느낌은...
아연하다.
분명 고통의 스펙트럼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하나
딱히 고통이라고 명명하기엔 망설여지는 느낌이랄까.
어느 날,
숨을 쉴 때마다
마음이 부서지고
부서진 조각들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누군가를 전과 다른 형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딱히 사랑을 이룬다는 모호한 기준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결국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을 부식시키고 있다는 것도.
결국 그리움이 강렬해지는 이유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고 직감하기 때문이었다.
재미있는 건,
그 이룰 수 없다는 느낌이
더 강렬하고 집요하게 그것을 붙들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서
그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그렇게 한번 시작된 연결고리는 끝없이 퍼져나가
순식간에 거대한 그물망을 만들었다.
여전히 나는
그것이 확장이었는지
아니면 일종의 결박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하염없이 깎여나가는 마음을 바라보며
그나마 명료하게 확신할 수 있었던 한 가지 사실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내가 살아 있다는 것과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생생하고 선명하게
원초적 색감과 감각적 질감으로
가장 본질적인 차원에서 발악하는
생명의 원형으로
우리가 그토록 지긋지긋하게
살아있다는 것에
도달하게 해 주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