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받으면 힘이 생겨요.

by 쓱쓱

참 희한하게도 아이들은 사랑이 고프면 몸이 아팠다.


일반적으로 사춘기의 성장통은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꽤나 도전적인 시간이어서

서로가 바라는 것을 놓고

팽팽히 대치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고

그러다 가진 에너지가 바닥을 보이면

결국 터져 냉랭한 기운이 집안에 가득하게 된다.


그렇게 차가운 공기가 마음을 식히면

이내 몸도 차갑게 식고

몸속 운동이 느려지게 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몸이 아파왔다.


몸살을 앓거나 배탈이 난 아이들 곁에서

나는 후회와 걱정과 자책감과 간절함으로 엉킨 마음을 마주하며

아이의 이마와 배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손끝으로 전해지는 아이의 열기가

어쩐지 나를 향한 말 같아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엄마, 나 좀 봐줘.

아이는 입으로 하지 못한 말을 몸으로 했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갈등이 길어지던 시간 동안 내가 아이에게 얼마나 인색했는지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쌩하며 지나치던 순간들.


사실 사랑은 말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눈빛으로, 온도로, 숨결로,

그리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들은 그 감각에 누구보다 예민하다.

그래서 사랑이 끊기면 몸이 먼저 알아챈다.


이마 위에 얹은 내 손이 조금씩 따뜻해질 무렵

아이의 호흡이 고르게 내려앉는다.

긴장으로 단단히 굳어 있던 미간이 서서히 펴지고

앙다물었던 입술이 가늘게 열리면서 비로소 깊이 잠이 든다.


그 변화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그런 거라고.


받으면 녹고, 녹으면 흐르고, 흐르면 살아난다.

차갑게 굳어있던 몸이 풀리는 것처럼 마음도 그렇게 풀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힘이 생긴다.


사실 우리는 모두 그런 존재다.


힘이 빠지고 몸과 마음이 동시에 기울어지는 날에는

약이 필요하고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약이 닿지 못하는 자리가 있다.

체온으로만 열 수 있는 문이 있다.

아이들은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대신 몸으로 솔직하게 말한다.

열이 오른다. 배가 아파온다. 웅크린다.


그건 사실 이런 말이다.


나 지금 많이 고파. 사랑이.


우리 몸은 이미 알고 있다.

따뜻한 손, 품 안의 체온이 얼마나 강력한 치료제인지를.


사랑은 몸 안에서 약처럼 번진다.

받으면 녹고,

녹으면 흐르고,

흐르면 다시 살아난다.

차갑게 굳어 있던 것들이 풀리고,

느려졌던 것들이 다시 돌기 시작하고,

바닥을 보였던 에너지가 어느 순간 조용히 차오른다.


힘이 빠지고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그것이다.


언제나, 그것이다.



월요일 연재
이전 13화건성건성 읽기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