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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쓸모 없어질까 봐

그런데 쓸모는 뭘까...

by 연목


최근에 흥미롭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인데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쭉 살았지만

서울은 너무 사람이 많고 답답해서

좋아하지 않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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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도 없고

저 많은 집 중에 내 집도 없고

저 많은 직장 중에 괜찮은 내 직장도 없고.


양질의 일자리가 지방에 있다면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미지의 서울이라는 드라마가

끌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1화에서 미래가

회사에 가기 싫어서

(물론 미래는 괴롭힘 문제가 있었지만)

뛰어내리려는 장면에서부터

울면서도 이 드라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강자의 입장에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쉬울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울림을 줬던 건 4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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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에 실패한 이호수에게 유미지는

"들어갈 회사야 찾으면 되고 못 찾으면

개업하면 그만인데 뭘 그렇게 쫄아있냐"라고 했지만,



이호수는 "이대로 쓸모 없어질까 봐"라며

"보란 듯이 더 좋은 회사 가서

내 결정이 옳았다고 증명하고 싶었는데"라고 말했다.



또, "막상 나와보니까 내가 그만둔 데가

가장 높은 곳이었던 거 같아"라며


"앞으로 내려갈 길만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다음 걸음 내딛기가 무섭네"라고 고민했다.



그 모습을 본 유미지는

"이호수 너 그대로야 나빠지지도 않았고

사라지지도 않았고 내려가지도 않았어"라며

"그냥 회사 하나 관둔 거야 괜찮아"라고 위로했다.


많은 위로를 받은 거 같은 한 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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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쓸모에 많이 집착하는 사람이다.


물건을 살 때에도.

관계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장 많이

측정했던 것은 아마 나의 쓸모가 아닐까.



나와 오랫동안 상담을 하는

상담선생님께서는


이채 씨는 기계가 아니니까

성과와 쓸모로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계속할 필요 없다고


말을 해줬었는데


그게 너무 충격이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거의 5년 전인데도

아직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최근에도 상담에서

일하지 않는 시간은.


자본주의적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시간은.

가치가 없고.


일하지 않으면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그래서 나는 퇴사하기가 무서웠다.


일하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도.


아무튼 그래도 용기 내어서

그만두었고


다들 그만두기 직전에도 내가 표정이

밝아졌다고 해서

다행이다.


솔직히 이전 회사 정도면

괜찮은 회사라는 게 조금 난 소름 돋는다.


나는 그걸 알고 있어서 오래 버텼다.


지친 거 같은데 어떻게 쉴지 모르겠다.


어떻게 할지는 이제 내가 만들어갈 몫이다.


보안 AI 개발 모두 잘하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다.


그냥 회사 하나 관둔 거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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