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못하는 것은 과제를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는 것이다. 잘해보고 싶다는 압박감과 강박을 가지면서 많이 읽고는 있지만 완결된 글의 형태로 쓰지 못하고 미루고 있다.
내가 만들어낸 어려움의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프랑스인 친구들에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늘 나에게 언제든지 필요하면 말하라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어느 정도는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불안감을 회피하기 위해 끝없이 미루는 것인지 정말 하지 못하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가는 수준이다.
프랑스어로 된 글을 쓸 수 없냐 하면 그건 아니다. 4시간짜리 학교 시험에 프랑스 학생들처럼 10쪽이나 12쪽은 못 써내지만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4쪽씩은 꾸역꾸역 답을 써서 제출하고 있다.
내 과제를 언제든지 도와주겠다는 친구의 제안을 또 거절하고 든 생각이 나는 '할 수 없다'라는 말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겁쟁이라는 것이다.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싫어해서 끝없이 미루고 있는 것이다. 매일 1시간씩 종이에 글을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교수님께 논문을 보내지 못하는 까닭도 내 부족한 실력을 적나라하게 보이기 싫어서 회피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써야 할 과제 두 개와 논문 하나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대신에 할 수 있는 분량으로 도전해보기로 한다
기술 철학 과제) 주의/관심(attention)의 경제에 대해 읽은 논문과 그 옆에 적은 짧은 낙서를 워드 화면에 옮기기, 그리고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한 문단(5 문장)을 적기
석사 논문) 읽은 논문들 중 두 개를 골라 나의 생각을 적은 부분을 옮기기로 한다. 인용은 정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그리고 12월 10일과 11일에 친구에게 내가 쓴 글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보내본다
친구의 카메라를 돌려주기 위해서 외출했다.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했지만 서로 보면 늘 즐겁다.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많이 준비하고, 일도 열심히 하는 친구가 대단하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나까지 계속 챙겨주어서 고맙다.
힘내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친구 덕분에 오늘 하루를 챙길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모르는 이의 사정에 걱정해주고 답글을 달아주신 분께도 고맙다. 스스로 할 수 없기에 도움을 받았고 어제보다는 더 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