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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의 담소 Oct 22. 2023

나의 별명은 파티몬스터

영어 회화를 빨리 늘리기 위한 나만의 방법

 미국에서 교환학생 학기가 끝날 무렵쯤, 미국 친구가 나에게 지어준 별명은 파티몬스터였다. 그 이유는 주말에 내가 어디 있는지 묻지 않아도, 파티에 가면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전공 강의시간 때, 교수님이 해리포터를 보고 영어를 배운 할머니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너희들 영어를 빠르게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 줄 아니? 최대한 영어를 쓰는 환경에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워킹 홀리데이를 가거나, 교환학생을 다녀온 학생 중에서도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어. 왜 그런 줄 알아? 너희도 현실 살기 바쁘지? 미국인들도 마찬가지야. 영어도 못하는 외국인과 어울리며, 하나하나 알려 줄 만큼 한가하지 않아. 그들도 그들의 인생 살기 바쁘겠지. 그럼 결국 한인들과 어울리면서 한국어 쓰다 보면 영어는 늘지 않는 거지. 차라리 외국 뉴스를 읽거나 자막 없이 TV를 보는 게 더 빠를 거야.” 강의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게 조만간의 내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친화력 하나만큼은 자신하는 사람이었기에, 무엇이든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교환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많았다. 그러나 진짜 미국인이 된 것처럼, 더 깊이 그들의 문화와 삶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대다수 교환학생의 심리 변화 중 하나는 집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온다. 그 시기에 학생들은 상당히 울적해하곤 하는데, 한국 유학생 한 명이 자기 친구의 홈 파티에 같이 가자고 초대해 주었다. 학기 초에 대학생들은 홈 파티를 많이 열기도 하고, 펍에 가기도 한다. 그 시기에는 기숙사에 있어도 밖이 시끌벅적한 게 들릴 정도였다.


 미국의 홈 파티는 어떨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한국 친구들과 파티가 열리는 집에 들어갔다. 영화나 드라마와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실상의 분위기는 약간 달랐다. 조금 더 내추럴했달까? 파티를 위해 전구같이 뭔가 꾸며놓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집안 가득 있었다. 술도 정말 미친 듯이 마시고, 게임을 하는 무리가 있는가 하면 대화를 하는 무리도 있었다. 홈 파티의 주최자가 인기가 많은 친구였고, 보통 그 친구가 파티를 연다며, 파티 호스트를 인사시켜 줬다. 덕분에 파티가 열렸다 하면 그 친구는 초대장을 보내주었다. 그래서 나는 할 일이 없는 대다수의 주말은 파티에 갔다. 그중에 체력이 되는 날은 파티가 끝나는 시간까지 있었다. 나중에 호스트 친구가 한국에 와서, 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술은 많이 마시지도 않으면서, 파티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 그냥 사람들이랑 있는 걸 좋아하나 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처음 영어로 말을 할 때, 문법을 완벽하게 지키며 말했는지 걱정이 들기 때문에, 말할 시도조차 포기하게 된다. 술을 마시면 없던 자신감이 생겨난다. ‘에라이 틀리든지 말든지 무슨 상관이야. 알아만 들으면 됐지’라며 영어로 말하게 되었는데, 그 자신감으로 말을 하다 보니 평상시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덕분에 파티에서 처음 숙소 안내를 도와주던 미국 친구, J와 더 친해진 계기가 되었다. J는 나에게 한국어를 알려달라고 했고, 자연스레 영어를 더 쓸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파티는 친구를 한 명씩 늘리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영어를 말하거나, 하다못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보다 좋은 영어 회화 연습장소는 없었다. 물론 신나는 음악과 술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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