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프로토타입을 런치하고 냉정한 소비자의 반응을 맛본 후, 나는 다음 버전으로의 업데이트로 바로 돌입하지 않고 지난 3개월가량 초기 타겟 그룹과의 다양한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머릿속의 가정들을 테스트해왔다.
하지만 말이 좋아 끊임없는 가정 테스트이지 실제 이 과정은 나에게 있어서 매우 고통스러웠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이 길 저 길 탐색하는, 방황하는 10대가 된 것만 같은 느낌에 당혹스러웠고, 충만하던 에너지는 급격한 속도로 쪼글아 들었다.
남편에게 내가 3년 안에 최소 너만큼은 벌어 가계 수입의 50%를 책임지겠노라고 큰소리는 뻥뻥 쳐놨으나, 지난 1년의 투자와 매출을 생각하면 그동안 생긴 주름이 더 자글자글 해지는 것 같았다. ㅠ_ㅠ 나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했다. 권도균 님이 스타트업 경영 수업에서 말씀하신 대로, 내가 과연 그동안 투자한 시간, 돈, 노력이 아까워 버려야 될 것을 못 버리고 "집착"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 내 사업 아이디어에 강력한 믿음과 열정이 있어 "포기하지 않는" 것인지.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 1년 동안 뜨겁게 사랑한 연인일지라도 헤어질 땐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또 이 사람과 헤어져야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억지로 땜빵하며 version 2를 기획하기로 했던 것을 접기로 하고, 허접하게 벼락치기로 습득한 것들을 다시 제대로 다진 후에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Ref. Lesson 1: 사업을 위한 사업) 그중 정말로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나의 무지와 두려움이었다. 마케팅, 세일즈, 또는 디자인 공부에 비해 훨씬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건드리지 않은 면도 있었지만, 남편의 반대도 꽤 컸다. 남편은 개발자 출신으로 -그래서 꽤 오만하게- 내가 개발을 공부해도 몇 년 동안 프로그래밍해온 사람들과 견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 그 시간에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나 역시 사업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개발 쪽은 손도 대지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막상 엔지니어들과 일을 하고, 또 끝이 없는 업그레이드를 전적으로 그들에게 기대고 보니 이 역시 올바른 판단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부적절한 접근 방식을 제시해도 난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웠고, 기술 관련 조언자였던 남편에게 의사 결정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편 역시 큰 회사에서 금전적 제한 없이 프로덕트를 이끌어 왔던 사람이기에, 프로토타입용 기능에 대해서는 나와 의견 차이가 있었다. 외주 개발자들 역시 두 의사 결정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커졌었다.
이러다 보니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는, 웹 또는 모바일 플랫폼을 사용하는 창업자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프로덕트를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같이 일하는 팀원들의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말이다. 이 점에 있어서 나는 프로그래밍 "언어"가 실제 "언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지 못해도, 영어의 기본 문법을 이해하고 읽을 줄 알아야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니 말이다. 만약 영어의 기본 문법을 안다면, 외국인이 한국어로 "나.좋아해.김밥" 이라고 말할 때, '아 쟤는 영어 'I like kimbap'을 생각하고 이렇게 얘기했구나.'라고 쉽게 이해되듯이 말이다
이는 개발뿐이 아니다. 디자인도, 마케팅도, 세일즈도 내가 사람을 고용하지 못할 때 어느 정도는 혼자 할 줄 알아야, 이후 전문가 팀원들에게 일을 나눠주고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Lesson 2: 혼자서 다하지 말자에 해당되는 항목들이 아니다.) 내가 주인이라면, 최소한 내 제품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 컨텐츠, 스타일을 스스로 업데이트할 줄 알고, 디자인 도구를 이용해 잠재 고객과 프로페셔널한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우게 됐다.
그래서, 한국 또는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준비하거나 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이러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미국 사이트 몇 군데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어가 부담스러운 경우, free classes를 들으면서 리스닝 연습한 후 paid service로 넘어가는 것을 추천.)
1. Udemy: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디자인, 마케팅, 세일즈, 기획/전략, 분석 등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에듀케이션 포털 사이트. (참고로 Udemy를 최근 가격이 비싸졌으나 프로모션을 많이 한다. )
2. Coursera: 해외 유명 대학의 온라인 certificate 코스를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스탠포드나 와튼등 세계 명문 대학 수업도 들을 수 있는 꿀 같은 플랫폼.
3. Lynda: Udemy와 비슷하지만 가격체계가 다르다. Udemy는 필요한 강의만 사서 들을 수 있고, Lynda는 $25 (2016년 10월 기준)만 내면 어떤 수업이든 들을 수 있다. 일주일에 1시간 이상씩 꾸준히 공부할 수 있다면 Lynda가 가격적인 면에서 더 이득.
4. Treehouse: 일주일 무료, 이후 유료. 방대한 양의 코딩 수업과 기본적인 디자인 수업을 보유. Structure가 잘 짜여있고, 짤막짤막한 퀴즈가 회당 붙어있어 공부하기 꽤 재밌음. 완전 초급자용
5. Code Academy: 기본 코스 무료. 더 많은 자료를 원할 시에만 유료로 업그레이드 가능. 코딩을 연습하기 좋음. 본인이 뭘 배워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유리. 초급자용
6. Udacity: 최신 실리콘밸리의 핫 토픽을 배울 수 있는곳. 'Nanodegree'로 Data Science, Machine Learning, Artificial Intelligence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있어 최신 IT 분야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플랫폼. 중급자-상급자용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