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웃으며 수술실에 들어간 오빠는
웃으며 수술실에서 나왔다.
너무 고마웠다.
오빠 친구들이 잠깐 왔었는데
아프기 전처럼 대화도 잘하고
명료한 의식에
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수술을 잘 버텨준 오빠한테 고마웠다.
산소도 두꺼운 줄에서
얇은 줄로 바꾸었고 하루하루 회복해나갔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금식이 풀리지 않았다.
수술 때문인 줄 알았는데
신경외과에서는 다음날부터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근데 주치의가 지금 먹으면 흡인의 위험이 있다고
금식을 하라고 했다.
나트륨 등 다양한 수치들이 떨어져
링거가 하나하나 추가됐다.
여명이 한 달 남았다고 했는데
금식을 하라는 게 너무 잔인했다.
병원의 말대로라면
밥 한 끼 못 먹이고 오빠를 보낼 수도 있다는 게 두려웠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먹이고 싶으면
가족의 마음으로 그래도 된다고
다행히 금식을 풀어주셔
식사를 했고
오빠는 잘 먹었다.
빠졌던 살을 참 열심히도 찌웠다.
오빠가 생각보다 괜찮고 회복이 빨라서
항암을 말씀드려 봤다.
주치의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항암을 얘기하는데
뒤에서 전담 간호사 선생님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
결국 폭발해 버렸다.
보호자의 입장에서 환자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당연한데
그렇게 뒤에서 고개 저으시고 계신 게 이해가 안 된다.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감정적으로 얘기할게 아니라고 말씀하셨고
나도 결국 담고 담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물 빼는 것도 의미 없다 하셔서
간호사 선생님들이
의미도 없는 걸 왜 빼달라고 하냐며 얘기할 때도
꾹 참았다.
내가 감정적으로만 생각했다면 그때 따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싶고
의료진들이랑 얼굴 붉히기 싫고
실제로 친절하게 해주는 간호사선생님들도 있어서 아무 말 안 했다.
그런데 지금도 간절하게 말하는 사람 앞에서
대놓고 팔짱 끼고 짝다리를 짚고 언짢은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라고 했고
주치의도 그 부분에서 조심하겠다고 했다.
정말 화가 났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큰 바늘을 뽑고 지혈을 안 해서 피가 뿜어져 나와도
소변줄이 막혀서 복통을 호소해도 아무 조치도 안 해줘도
다 사람이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까지 짓밟을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가족이라도 그럴까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
그동안 참아온 것들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될 만큼
진작 얘기를 했어야 하나 싶었다.
병원은 오히려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전담 간호사 선생님은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그게 진심이던 아니던
인상을 찌푸리는 것보다는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