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려고 노력하는 하루하루

어린 사별자의 사별카페 가입 거절

하루하루 지내다보니

복직한지 일주일이 지나며

장단점을 뚜렷하게 느꼈다.

복직의 장점은

1.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이 시간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2.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복직의 단점은

1.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심하다. 이를테면 결혼, 남편, 남자친구 등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일상적인 대화에도 마음이 아픈 순간들이 있다.

또 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아프지 않은 척을 해야 한다.

2. 체력적으로 힘들고 피곤하다.

나는 혼자서도 답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을 때면 오빠에게 물어봤고 오빠와 상의했다.

지금쯤 오빠가 옆에 있었다면 오빠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오빠, 내가 일 했으면 좋겠어 안했으면 좋겠어?

연경이 하고 싶은대로 해

많은 질문에 대한 오빠의 대답의 공통점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의견에 답이 있는게 아니었고

늘 내가 더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줬다.

앞으로도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을때마다 오빠의 빈자리를 느낄 것 같다.

당연하지만 요즘도 오빠가 너무 보고싶다.

본인이 아플때도, 걷지 못해 도움이 필요할 때도, 내가 회사를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본인을 맡기고 회사에 가라고

자기는 내가 늘 1번이라고 했던 오빠가 생각난다.

간병 막바지에는 내 손가락도 구부려지지 않고 너무 아파서 그래야하나 고민했던 적도 있다.

그 고민을 했다는 것도 너무 미안하다.

이렇게 일찍 갈 줄 알았으면 힘들고 아픈 내색을 안했을텐데, 한번 더 웃어줬을텐데, 내 몸이 점점 아파가는 탓에 통합 간병까지 함께 논의했던지라 그 부분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소중한 오빠를 남에게 맡기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다.

긴 간병생활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못해준 것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오빠는 나를 위해 끝까지 열심히 버텨주었는데 더 따뜻하게 대해줄걸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마음이 아프다.

사별자의 공통점은 자책을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어서 간병하면서도 미래에 사별을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아야지 다짐했는데도 불구하고 가끔은 나조차도 헛웃음이 나오는 말도 안되는 후회나 자책들을 할 때가 있다.

오빠는 분명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지내길 바랄 것이며 지금도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 것인데...

잘지내도 불편하고 잘못지내도 불편하다.

나는 나와 오빠만 생각하면서 이기적으로 이 힘든 시간을 버텨내기로 결심했다.

나를 위해서도 내가 잘 지내야하고

오빠를 위해서도 잘 지내야하니

결국 내가 잘 지내면 되는 한가지 목표만 남은 것인데 그게 뭐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오늘도 오빠를 그리워하며 속상해하는 오빠 친구들, 나의 안부를 묻는 오빠 친구들 덕분에 회사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실감이 나면 눈물이 나오는 것을 보니 4주가 지난 지금도 평소에는 실감을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실감을 못하는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나 다행인 것은 내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찾았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퇴원할 때 선물받은 사별자 책을 읽으며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열심히 사별카페를 찾았다.

그런데 나이제한으로 가입 신청 자체가 안되었다.

나는 96년생인데 94년생부터 가입이 가능했다.

사별하기에는 정말 많이 어린 나이인 것이 한번 더 실감났다.

카페에 가입해야 볼 수 있는 글들의 제목만 봐도 나와 같은 마음이 수두룩한 카페라 꼭 가입을 하고 싶어 방법을 찾고 있다.

이렇게 난 흐르는 대로 하루하루 잘 살아가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나중에 만나면 꼭 칭찬해줘 오빠

사랑해❤️

아 참, 내일 또 오빠보러 갈게!

너무 보고싶다!!!

이제는 너무 만지고 싶은 오빠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