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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큰 슬픔

나의 회사생활에 언제나 함께 했던 오빠

by 연두부

나는 지난주 목요일 복직을 했다.

복직을 하면 정신없어 슬픔이 줄어들줄 알았다.


집에서 아무 것도 안하는 일상이

나를 점점 무기력하게 만들어

복직을 하고 바쁘게 지내다보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부러 복직을 빨리 하려고 한건 아니고

원래 신청해둔 휴직 기간이 종료되어

오빠를 보낸지 3주 만에 복직을 했다.


첫 출근을 하고

생각보다 정신 없는 하루에

슬프기는 했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고

퇴근을 기다릴 시간이 되었다.


갑자기 오후 4시쯤부터 너무 슬펐다.

4시쯤이면 오빠가 늘 내게 퇴근을 언제하는지

묻던 시간이었다.

이제 나의 퇴근 시간을 묻는 오빠가 없다는 것,

퇴근하면 늘 만나던 오빠가 없다는 것이

갑작스럽게 실감이 되어 눈물이 흘렀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예상하지 못한 슬픔이어서 더 아팠다.


오빠를 보내고 힘든 것은 당연했기에

그동안 힘들어도 예상했던 슬픔이라

하루하루 견뎠는데

회사에 오고 오빠가 더 그리워질줄은...

상상도 못했던 슬픔이었다.


멈추지 않는 눈물,

정말 끝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창가자리에 앉아 회사 사람들에게

내 눈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일이 었다.


바로 뒤에 앉은 후배에게 휴지를 부탁한 뒤

하염없이 울다가 퇴근을 한 것 같다.


나는 경기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퇴근 시간에 버스를 바로 못타면

꽤 오랜시간을 줄을 서야해서

6시가 되고 버스를 타러 서두르는 덕분

잠시 슬픔이 멈췄다.


그리고 버스를 탔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순간

다시 슬프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버스탔다고 다행이라고 오빠에게 전해주어야 했다.

오빠도 다행이라고 말하며 얼른 오라고 했을 것이다.


첫 회사부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까지

나는 총 7년간 회사생활을 했고

그 7년에는 오빠가 늘 함께였다.


매일매일 퇴근 길에 연락하던 오빠가

이젠 내옆에 없다는 사실에 크게 상실감을 느꼈다.


집에 오는 버스에서 내내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받고 싶어

사별자들의 일기를 읽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는

허기짐을 달래기 위해

엄마에게 라면 한그릇을 부탁했고

라면을 먹자마자 뻗어 잠에 들었다.


다음날은 출근 길부터 슬펐다.

어제 그렇게 슬펐는데

버스에서부터 슬픈 하루를 어찌해야하나.

회사에 가자마자 아침부터 또 울어버렸다.


선배 매니저님은

회사에서 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으니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날 안아주었다.

그 사실이 크게 다가와 더 눈물이 났다.


그리고 어제 다른 분들이

내가 우는 걸 알아차리고 뒤에서 같이 울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또 울어버렸다.


이날은 내가 우는 걸 여러명에게 들켜버렸다.


첫째날보다 둘째날이 더 힘들다니...

참을 수 없는 감정에 많이 울었다.

오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


오빠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납골당에 너무 가고 싶었다.


나는 사실 오빠가 간 날,

내 주변에 오빠의 영혼이 있다고

확실히 느꼈다.

그래서 오빠가 갔다는 사실이 슬펐지만

그래도 오빠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믿고

오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었다.


그 때 영혼과 육체는 다르다는 것을 느껴서

납골당안에 있는 유골이 오빠라는 생각보다는

오빠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빠가 보고 싶으니

납골당에 너무 가고 싶었다.

납골당에 오빠가 있을 것 같았다.


목, 금 이틀 출근 후 주말인 것이 너무 다행이었고

토요일에는 납골당에 가서 오빠를 보고

읽고 있던 사별책도 마저 읽고

브런치와 블로그에 글을 쓰며

추모의 날로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금요일도 집에 와서 기절을 했다.

체력이 떨어져 쓰러지듯 잠에 드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안그러면 정말 너무 슬퍼 잠에도 못들 것 같다.


토요일에 나는 예상과 달리 늦잠을 잤다.

오후 1시쯤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눈물을 참고 엄마에게 밥먹고 납골당에 가자고 했다.


엄마랑 밥을 먹는데

엄마가 오빠 이름을 꺼내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엄마는 왜 우냐는 말과 동시에

함께 눈물을 흘렸고

그렇게 우리 둘은 눈물의 식사를 마치고 납골당으로 갔다.


오빠가 정말 많이 보고 싶었는지

요즘은 안끼는 내 커플링, 오빠 커플링을 둘다 끼고

오빠가 사준 목걸이까지 끼고 갔다.


납골당에 갈 때 마다 생각하는거지만

가까운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차로 15분 거리라 정말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 갈 수 있다.


도착하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입밖으로 목소리를 내면 정말 참을 수 없는 울음이 나올 것 같아서

눈으로만 오빠의 사진들을 보며

눈물을 계속 흘렸다.


나는 납골당에 갈 때 마다

오빠랑 인사를 하고 나면 다른 유골함도 한번씩 보는데

유골함을 둘러보고 오니

엄마가 오빠 유골함을 보며 많이 울고 있었다.


물론 오빠와의 이별이

나에게 가장 큰 아픔이고 상실이겠지만

나 말고도 오빠를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사람들이 있어 더 좋다.

그리고 그게 우리 가족들이라 더 좋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에 가기 전에는 생각보다는 괜찮았었던 이유가 있다.

집에 있으며 오빠를 함께 사랑했던 나의 가족들과

내가 오빠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땐 언제든지 얘기 하고

울고 싶을 때는 편하게 울고

오빠의 사진을 함께 보며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이 나도 모르게 많은 도움이 되었었던 것 같다.


납골당에서 무려 1시간 반 이상의 시간동안

오빠와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천사피규어에 오빠 얼굴을 넣은게 있는데

오빠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하는 느낌을 받아서 속상했다.


내가 울면

오빠는 분명 속상해할텐데

그걸 알면서도 눈물이 계속 난다.


예상치 못한 큰 슬픔으로

힘든 며칠을 보내고 있다.

너무 슬프고 아파서 어쩌면 이 슬픔이 나의 몫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오빠는 무조건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어야 해

둘다 잘 못지내고 있으면 이건 정말 반칙이니까


오빠, 너무 보고싶다 정말!

고맙고 사랑하고 미안하고 보고싶고...

잘 지내줬으면 좋겠어 꼭!


사랑해

우리의 커플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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