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임시저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영 Aug 23. 2023

멸절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살아 있는 자가 중요한 세상입니다


어쨌든 살아보겠다고

과거에 지난한 과거를 덧씌웁니다


그렇지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서

차마 믿을 수 없다 해도

없었던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 없는 자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물을 수 없을까요


그 사람은 자꾸만 몰랐다고만 하고


이제 어디에 주저앉아 울어야 할까요

앉을 곳은 없습니다 있어도 멈추면 안 된다고

계단을 오르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우리가 손을 놓쳤을 때

떠밀린 당신은 꼭대기로 갔고


어느덧 그 자리에 서서

당신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나, 내가 말이야


손을 놓았던 것도 같고

당신을 떠밀었던 것도 같고


환한 빛으로 가득 찬 절망

그 순간을 함께 잃는다면


그게 바로

당신의 대답이라고


아,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


살아있는 자가 중요한 세상입니다

이미 떠난 자보다



추신

몰락을 택할 거야.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매거진의 이전글 장마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