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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가는 동생에게

들어가기 전에_대학 가기 전에 말해주고 싶은 것들

by 꿈꾸는 엽형

안녕 동생아, 조금 놀랐지? 이 편지를 전해줄 시점도, 이 편지에 쓸 내용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들 하나 없지만, 일단 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아마 네가 공부를 시작한 것보다 더 먼저 쓰기 시작했을 거야. 이 편지를 너에게 수능이 종료된 직후 전달될 것인지, 대학 합격소식이 정해진 이후 전달될 것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둘 다 축하를 해 줄게.


먼저 수능! 재수를 결심하고, 좀 많이 힘들었을 거야. 365일을 다 달리진 않았겠지만, 약 1년 진짜 공부만 하느라 수고했어. 그게 얼마나 힘든 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수능을 잘 봤냐, 못 봤냐는 중요하지 않아. 열심히 했으면, 이 경험은 너 또래의 어떤 친구들이 겪은 경험보다도 좋은 경험이었을 거야. 너도 지금 어렴풋이 ‘일 년을 이렇게 보람차게 살았던 건 처음이다.’라고 생각하고는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건 대학 들어가서도 유용할 것이라고 내가 보장할게. 물론 잘 살리는 사람도 있고, 잘 못 살리는 사람도 있고, 재수의 경험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까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들조차도 자신은 잘 살리고 있다고 느끼고 있고, 재수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너도 그럴 거야. 나중에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텐데, ‘재수 때 힘들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 꼭 ‘그게 뭐가 힘드냐, 사회에 나오면 힘든 일이 더 많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툭툭 던지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리고 재수가 너만의 경험은 또 아닐 거고. 그렇지만! 사람이 살면서 일 년 내내 한자리에서 한 패턴의 생활만 하며, 하나의 생활만을 해나 가는 경험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그걸 견딘 너를 대견하게 여겨도 돼. 그리고 ‘재수가 나만의 경험이 아닌데 이게 과연 특별하고 유의미한 경험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런 생각 안 해도 돼. 지금 2017년 연말인데 이때 우리가 한 말 들처럼 네가 재수 생활을 했다면 그것은 반드시 너의 친구들도 한 경험이 아니라 너만의 경험이고 특별한 경험일 거야.


그다음 대학 합격! 음 이건 네가 이때쯤 어느 대학을 합격했을지 예측이 불가능하니까 섣불리 말하기가 어려운데 그래도 뭐 말해보자면, 네가 목표한 대학을 들어갔으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지. (나는 목표대학을 가진 못했지만 ㅎㅎ) 하지만, 네가 목표한 대학을 합격 못했어도 실망하지 마. 너의 꿈의 특성상, 의대라는 최상위권 대학을 가지 못하면 조금 안타깝겠지만, 길은 어디에든 있다고 생각해. 나도 그걸 대학 와서 알았지. 정말 고3, 재수, 대학을 입학하기 전까지는 대학이 전부인 것 같아 보여. 나도 그랬고, 우리나라 학생들의 대부분이 그럴 거야. 얼마 전에 본 ‘학교 2017’에서도 제일 많이 나왔고, 제일 거슬렸던 말이 “대학을 못 가면 사람 구실 못하잖아요”라는 말이었을 만큼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일 거야. 그런데, 내가 앞으로 편지에도 쓸 거지만, 대학에서 네가 한 학기 동안 어떤 활동을 얼마큼 어떻게 하느냐는 고등학교 때의 1년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실 고등학교 1, 2학년을 합친 것 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너무 과장일 수 있으니 1년! 네가 목표대학을 진학한 것과 관계없이, 네가 원하는 진로를 설계하고, 그에 맞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이니까 아직 너무 기뻐하지도 말고, 너무 우울해하지도 말고! 뭔가 인생 끝난 것처럼 너무 퍼지지도 말고! 앞으로 새로운 시작이니까 파이팅해!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1년 동안 너무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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