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엽형 Nov 14. 2019

술을 즐겁게 마시기 위한 조건(2)

실수 안 하기, 숙취 없는 삶

 와우 벌써 3일째야. 이 정도 꾸준함이면 거의 뭐 3수 다시 하는 급 꾸준함 아니냐. 3일째인데도 아직 술의 ‘ㅅ’ 자도 다 말 못 한 거 같다.... 이 편지 365일 만에 완료할 수 있을까? (퇴고 중인데, 절대 불가능이었어…)


 그러면 오늘은 <아무도 실수 안 한 채로 깔끔하게 헤어지고> 차례야. 뭐 정신만 차리면 너 하나 실수하지 않는 거야 크게 어렵지 않지. 사실 이것도 처음에는 어렵긴 해. 저번에 말한 대로 네가 너의 주량을 잘 모르거든. 주량이라는 게 사실 컨디션에 따라 변해서 대충 평균을 내야 되는데 술을 먹기 시작한 초반에는 그걸 계산하기가 좀 어려워. 나도 주량을 정확히 잘 몰라서 2,3개월 동안은 주량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라고 그랬어. 그런데 웃긴 건 이렇게 말하면 꼭 “술을 너무 잘 먹어서 주량을 모르는 거 아니에요?” 이러는 사람들 꼭 있던데.… 술을 많이 주겠다고 예고하는 것도 아니고. 너도 잘 모를 땐 1병이라고 대충 말해놓고, 술을 먹어보면서 점점 너를 알아가 봐. 이 정도 템포로 소주를 먹을 때는 얼마나 먹고, 이 정도 템포로 소맥을 먹을 땐 얼마나 먹는지 이런 것들을 점점 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여기서 근데 어려운 건 마시다가 필름이 끊긴다는 변수가 있어. 물론 필름이 끊기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종종 신나게 마시다가 끊어질 때가 있거든. 이런 날은 너도 얼마나 마셨는지 잘 모르게 돼. 그런 날은 뭐 친구에게 물어보던지 기억나는 데까지가 그날 주량이다 라고 생각하면 돼. 처음 필름이 끊기면 되게 당황스러울 거야. 다음날 같이 술 먹은 친구들에게 전화도 해보고 물어도 보겠지. 근데 그냥 들으면 들을수록 쪽팔릴 거니까 안 듣는 게 좋을 거 같긴 한데, 그게 안 궁금해지는 게 진짜 어려우니까 물어보고 후회하게 될 거야. 좀 덜 부끄러운 행동이길 지금부터 응원해줄게. 그래도 어느 정도 지나면 너의 주량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을 거야. 더 잘 해낼 수 있는 방법도 뒤에 알려줄 거고.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문제가 있어. 아무도 실수를 안 하는 거였잖아? 남이 실수하는 거는 네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게 네가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볼게. 아기들을 돌본다고 생각하면 돼. 말이 안 통하는 애기들. 근데 애기들보다도 더 어려울 수도 있는 게 말을 이상하게 알아듣는 애기들이야. 만약에 네가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데 너는 좀 조절해서 먹어서 좀 덜 취했고, 같이 마시는 사람이 술에 좀 취한 것 같으면 아마 뭐 “좀 취한 거 같으니까 그만 마셔.” 이런 말을 할 거야. 이렇게 말 안 해도 좀 “천천히 마셔”, “이제 갈래?” 등등의 그만 마시라는 뜻이 있는 말을 하게 되겠지? 그런데 이 말을 그냥 좋은 의미로 해석해주면 좋은데,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자존심이 세져서 그런지, 오기가 생기는지 “아냐 나 안 취했어. 더 마시자 헤헤.” 이러거든. 이러면 억지로 보내지도 못하고 더 마시기도 좀 그렇고 그렇게 그냥 조금씩 더 마시게 돼. 이게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런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아지겠지? 여기서 조금 더 취하면 술 먹고 필름이 끊길 수도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이것도  충족되기 상당히 어려운 조건이야. 술을 마시고 자기를 컨트롤하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될지도 미지수니까... 다음에 또 말하겠지만 술 먹고 친구가 실수하면 그냥 쉽게 잊어주고 봐줘. 항상 그러고 자주 그러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그냥 좋게 좋게 봐주고 사는 것도 나는 좋다고 생각해.


 이제 남은 게 <다음날 숙취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네. 먼저 자랑부터 하자면 나는 숙취가 없어. 이건 그냥 왜 어렵고, 그런 거 없이 그냥 타고난 거야. 사람마다 공부에 재능 있는 사람이 있고, 술을 잘 먹는 사람이 있고,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많이 먹는 사람 있고, 적게 먹는 사람 있듯이 숙취가 있는 사람도 있고, 숙취가 없는 사람도 있고(솔직히 20대 중반을 넘은 사람들 중에 숙취가 없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는 아직 한 번도 못 봤어. ㅎ), 숙취가 적당히 있는 사람이 있고, 뭐 그렇게 다양해. 과연 너는 어떨까 ㅎㅎ. 내가 숙취가 없으니까 너도 없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근데 이게 진짜 축복받은 게 내 친구들 중에 3명이서 진짜 미친 듯이 술 마시는 친구들이 있어. 물론 그 3명 중에 한 명은 나고... 아무튼 그런데 그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다음날 한 명이 진짜 거의 죽고 싶어 해. 하루에 토를 1,2번은 더 하는 거 같고, 이제는 토 안 하는 걸 포기하고, 어떻게 하면 더 향긋하게 토를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친구도 있을 정도로, 그 고통이 진짜 거북하고 고통스러운가 봐. 그래서 아무리 술자리에서 깔끔하고 즐겁게 술을 마셔도 다음날 숙취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어떻게 보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와 결국 조건들을 다 설명했네. 총 4가지였나? 뭐 사람마다 이것도, 이것도 필요한데 그럴 수 있겠지만 이 정도 조건들이 다 해결되면 진짜 이상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술자리일 것 같아. 그러면 이제 이것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하나씩 이야기해볼게. 일단 오늘은 아니고 내일부터...ㅎ. 술은 대학 가기 전에도 먹을 수 있으니까 빨리 읽고 술 마시러 가서 써먹어봐. 시간 나면 나랑도 고고~.

이전 02화 술을 즐겁게 마시기 위한 조건(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