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천국의 계단을 오르며,

죽고 싶을 때는 성형을 해

by 정혜영작가

#09. 천국의 계단을 오르며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것에 익숙해지자 나는 조금씩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발소리에 맞춰 심장이 힘차게 뛰는 소리가 들렸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이 땀은 지난날의 무기력함이 씻겨나가는 증거 같았다.

운동을 할수록 내 몸은 더 많은 땀을 원했고, 나는 매일의 땀으로 나의 건강한 몸을 만들어갔다.

헬스장에는 러닝머신만큼 나를 매료시킨 기구가 있었다.

사람들은 '천국의 계단'이라고 불렀는데, 이름처럼 정말 천국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다 보면 허벅지는 불타는 듯 뜨거웠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힘든 만큼 가장 정직하게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이었다.

천국의 계단은 나의 복수와 닮아 있었다.

오르는 동안 지난날의 좌절이 떠올랐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갔다.

한 발씩 오를 때마다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 운동에도 집중했다.

근력 운동은 겉으로 보이는 힘뿐만 아니라

내 몸의 기초대사량을 높여서 살이 쉽게 찌지 않는 체질로 바꿔주는 중요한 운동이었다.

하체 운동부터 시작했다.

스쿼트와 런지. 탄탄한 하체는 몸의 중심을 잡아주고,

하체 근육이 우리 몸의 가장 큰 근육이라서 칼로리 소모를 많이 도와준다.

처음엔 제대로 된 자세를 잡기도 힘들었다.

스쿼트를 10개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늘렸다.

10개, 15개, 20개. 한 달쯤 지나니 50개도 할 수 있었다.

복근 운동도 빠지지 않았다.

크런치와 플랭크. 강한 코어는 몸의 안정성을 높여주고 자세를 바르게 만들어준다.

플랭크는 정말 지옥이었다.

30초만 버티면 온몸이 떨렸다. 하지만 계속했다.

30초, 1분, 2분. 견디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의지도 강해지는 것 같았다.

상체 운동은 푸시업과 덤벨 로우로 시작했다.

어깨와 팔을 단련해서 옷태를 살려주고 몸 전체의 균형을 잡아준다. 여자가 무슨 상체 운동이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상체 운동을 하니 어깨 라인이 살아났다.

민소매를 입어도 자신 있었다.

팔뚝살 때문에 늘 긴팔만 입었던 내가 말이다.

땀으로 가득 찬 나의 밤은 이제 불안과 우울이 스며들 틈이 없었다.

예전에는 밤만 되면 그 사람 생각에 잠을 못 잤다.

이제는 운동으로 지친 몸이 침대에 닿기 무섭게 잠들었다.

꿈도 꾸지 않았다.

그냥 깊은 잠. 그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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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 문예 등단 작가 주영. 감성과 상징, 인간의 내면의 이야기를 쓰며 글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상처와 회복 사이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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