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망하지 않았다.
한약의 힘을 빌려 식단을 조절하고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내 몸은 거짓말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늘어난 옷 때문에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때 몸에 꽉 끼어 불편했던 옷이 헐렁할 정도로 몸에 편안하게 맞았다.
꽉 조이던 허리선이 여유로워진 것을 확인하고 나는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66 사이즈의 옷들이 이제는 55 사이즈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힘들게 참아왔던 시간들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단순히 몸무게 숫자가 줄어든 것만이 아니었다.
땀과 노력으로 얻은 결과물이 눈에 보이자 내 자신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술의 힘을 빌려 현실을 도망치고 싶었던 지난날의 나는 이제 더 이상 없었다.
나는 술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대신 술잔을 마주할 때마다 "술 대신 땀을 흘리기로 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좀 재수 없지?" 하하. 소주잔에 사이다를 따라서 마셨다.
당 걸린다고 하지만 그것만큼은 허락하기로 했다.
66 사이즈의 옷들이 헐렁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옷장 문을 활짝 열었다.
그동안 무기력하게 방치했던 내 모습을 보며 한숨 쉬던 옷들이 이제는 나를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새 옷을 사지 않았다.
대신 허리가 헐렁해진 바지와 치마들을 모아 수선집으로 가져갔다.
허리 부분을 줄여서 다시 입는다는 건 단순한 수선 이상의 의미였다.
겉으로는 옷을 줄였지만 내 안의 나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었으니까.
상의는 가슴 사이즈 때문에 여전히 66 사이즈를 입어야 했지만 괜찮았다.
옷의 사이즈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가 더 중요했으니까.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했다.
무작정 새 옷을 사는 것보다 기존의 옷을 수선해서 입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나는 그 돈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쓰기로 마음먹었다.
내게는 아직 보톡스, 필러, 그리고 그를 위한 복수를 완성할 다음 단계가 남아있었으니까.
옷을 줄이고 나 자신을 넓혀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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