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담실 기록
오늘 상담실 문을 연 것은 스물여덟 살 박민수 씨였습니다.
그는 가방에서 두툼한 파일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게 제 삼 년입니다."
파일 안에는 불합격 통지서들이 빼곡했습니다.
"백십이 곳에 지원했습니다. 백십이 번 떨어졌습니다."
민수 씨의 목소리는 담담했습니다. 너무 오래 반복된 일이라 감정도 무뎌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지방대를 나왔습니다. 부산에 있는 대학이요. 전국 순위로 치면 삼십 위권 정도 됩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학점 사 점 일입니다. 토익 구백오십 점. 자격증도 세 개 땄습니다."
민수 씨는 불합격 통지서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서류에서 계속 떨어집니다. 면접 기회조차 없습니다."
"처음에는 제 스펙이 부족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자격증을 더 땄습니다. 인턴도 했습니다.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서류 탈락."
나는 민수 씨에게 물었습니다.
"왜 떨어진다고 생각하나요."
민수 씨는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학교 때문입니다. 제가 지방대를 나왔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아나요."
"작년에 취업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컨설턴트가 솔직하게 말해줬습니다."
민수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대기업은 서울 상위권 대학 위주로 뽑는다고 했습니다.
SKY는 기본이고 그 아래 서울 주요 대학들까지요."
"지방대는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서류에서 걸러진다고 했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학벌 차별을 안 한다고 합니다. 블라인드 채용이라고도 하죠."
민수 씨는 파일을 두드렸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자기소개서를 보면 어느 대학 출신인지 금방 압니다.
어떤 동아리 활동을 했는지,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면접까지 가도 결국 물어봅니다. 어느 대학 나왔어요."
민수 씨는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SNS 화면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있습니다. 같은 반이었어요."
"한 친구는 서울대를 갔습니다. 지금 대기업 본사에서 일합니다. 입사 삼 년 차에 대리 달았습니다."
"다른 친구는 연대를 갔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연봉이 제 목표의 두 배입니다."
민수 씨는 화면을 스크롤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고대를 갔습니다. 공기업에 들어갔습니다. 안정적으로 잘 다니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제 성적이 더 좋았습니다. 수능을 망쳤습니다.
재수를 할까 고민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그냥 지방대에 갔습니다."
민수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 선택이 제 인생을 결정했습니다."
"같은 능력인데 학교 이름 하나 차이로 누구는 대기업 본사에 있고 누구는 삼 년째 취업 준비를 합니다."
민수 씨는 몇 안 되는 면접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중견기업 면접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서류를 통과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면접장에 갔습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다른 지원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 명이 물었습니다.
어느 대학 나왔어요."
민수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저는 대답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대학이요."
"그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아무도 티 내지 않았지만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를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는 걸요."
"면접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들어갔을 때 한 면접관이 물었습니다."
"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지 않았나요."
민수 씨의 주먹이 쥐어졌습니다.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수능을 망쳐서요라고 말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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