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일, 어버이날
아빠가 한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가격을 보고 흠칫 놀라 목살을 먹어도 된다했는데, 아빠는 내 생일 기념이라며 굳이 한우를 고집했다. 이윽고 시뻘건 홍빛의 고깃덩어리가 크게 세 점이 올라왔다. 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내가 한 덩어리를 집어서 불판에 올려놨더니, 아빠는 다른 한 덩이도 얼른 올려놓으라 했다. 불판 위에 두 덩어리의 고기를 한꺼번에 얹는 것이, 너무 많이 올리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얼떨결에 올려놨다.
센 불이 거칠게 그을리면서 금새 익어가고 있었다. 아빠는 어정쩡하게 일어나 급하게 고깃덩어리들을 잘라냈다. 이를 바라보던 나는 물었다. ‘한우는 너무 익히면 안 된다던데, 지금 먹어도 될런가?’ 아빠는 답했다. ‘그래도, 익혀 먹어야지.’ 멍하니 아빠가 잘라주는 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불을 줄이라 일러주었을 뿐인데, 우리 부녀의 모습이 금새 부끄러워졌다.
비싼 고기는 이래서 불편하다. 먹을 줄 모르니 참 멋없다.
그렇게 나는 아빠에게 비싼 고기를 얻어먹었다. 둘이서 2인분도 다 먹지 못하고, 한 덩어리는 비닐봉지에 담아왔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어버이날이기도 하여 비싼 고기가 내 육체로 내려가는 속도가 어쩐지 매끈스럽지는 않아 집에 오자마자 방울토마토를 주워 먹었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2019년에 출간된 책 <울면서 걷다>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발행하였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쓸 때, 저는 시나리오를 쓰겠다며 졸업 후 백수생활을 하고 있었고, 어버이날 아빠에게 비싼 고기를 얻어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먹은 비싼 고기는 그렇게 맛있지 않았고, 마음이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어버이날은 항상 저에게 그런 존재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생일을 온전히 축하받기에는 어버이의 존재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여미 드림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