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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Jul 29. 2020

사랑을 품은 사람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씁니다.

나는 지금 기분이 차분하고 좋아요. 여러분은 어때요?


최근에 이사 준비를 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썼던 다이어리를 발견했어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 까, 열어보았어요. 나는 늘 1년 뒤가 궁금해했던 사람이었어요.

내년에 내가 어떤 친구를 사귀고 있을지, 1년 뒤의 나에게 묻곤 했어요.


해가 바뀔수록 그때 당시 친했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과 또다시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나와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것이 늘 걱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그 걱정을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내 걱정과는 달리 운이 좋게도 저는 늘 쿵짝이 맞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 되어주고 있지만, 그때는 그런 불안함이 너무나 괴로웠어요.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죠. 대학생이 되면, 그리고 직업을 갖게 되면 모든 걱정들로부터 해방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매해, 매 순간마다 또 다른 걱정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서른이 된 지금도 좋아한다, 싫어한다 이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누군가에게 질문 하나 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해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기도 때론 창피할 때도 있고, 쉽게 주눅 들고 쉽게 상처 받아요. 그러다 자고 일어나면 치유되고, 또 잊히고, 그렇게 다음 하루를 시작하죠. 예전에는 나의 삶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나 자신을 자주 발견할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모르겠어요. 이렇게 마른오징어처럼 건조한 어른이 되어버릴 줄은 몰랐는데, 내 안의 따뜻함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요?


요즘 윤하의 ‘비가 내리는 날에는’이라는 음악에 빠졌어요. 출근길에도, 일을 할 때도, 퇴근길에도 매일 들어요.

지금도 여전히 이 노래를 들으며 글을 씁니다.


사랑을 품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다시 그 마음을 되찾기를 바라면서 긴 장마에 흠뻑 젖어 글을 마쳐요.



사랑을 품은 사람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비 오는 날에는 (꼭)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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