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
여기까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여. 나는 심리학자도 아니고, MBTI 박사학위(?)도 없다. 그저 인간에 대해 탐구하길 좋아하고, 사람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도서관을 좋아하는 책벌레일 뿐. 그저 재미로 읽어주길 바란다.
이제부터 또다시 INFJ에 대해 파헤쳐보겠다. 나로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 첫 MBTI 검사를 시작해서, 15년 이상 매번 검사를 할 때마다 빼박 INFJ가 나온다는, 토종 인프제다(아무도 안 물어봤음). 자, 그러면 INFJ가 평소에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들에 대해 말해보겠다.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부끄럽거나 자신이 없는 모습, 이건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우리는 선택적으로 감출 수 있다. 혹은, 상대방에 따라 드러내는 모습의 비율이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화가 나면 전부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화가 나도 감정을 감추는 사람이 있다. 착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손해를 보면서까지 참는 사람이 있고, 순수한 면이 많아서 정말 착한 사람도 있다. 여기서 INFJ는 어디에 해당될까?
자, 그전에 INFJ는 착한 사람인가?
사실 이 질문 자체는 INFJ에게 매우 의미 없다. 왜? 인프제는 물론 착한 사람이 맞다. 누가 봐도 선해보이고, 친절하고, 융통성 있게 상황 파악을 할 줄 알고, 자신과 얽혀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평화롭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유형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프제는 본인들이 그런 사람으로 비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세워놓은 매뉴얼에 맞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INFJ들은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과 호감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고, 더 나아가서는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줄 아는 유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 있다와, 모른다의 차이는 아주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INFJ
예의범절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친한 친구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비속어나 거친 말 등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상대방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고 다그치는 것, 사소한 일로 화를 내는 것, 욕설을 섞어 말하는 등 공격적인 언행을 몹시 싫어한다. (*출처 : INFJ 나무위키)
INFJ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치길 원하는가.
바로, 누구에게나 불친절하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게 진짜 중요하다.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과는 다르다. 자신이 최소한 불친절하게 보이지 않아야, 그들이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다. 이 전제가 그들에게는 살아가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동일한 말로, 그들이 제일 싫어한 사람도 불친절한 사람이다. 왜냐면 아까 언급했듯이, INFJ들은 감정 제어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유형들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도 그에게만큼은 불친절하게 대할 수 없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커피 한 잔 사줄 수 있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인프제들에게 싫은 티를 내거나, 불친절하게 대한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만큼 상처도 크게 받는다. 왜냐면, 그들은 상대방이 받을 상처나 무안을 고려해서 그렇게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프제들은 그가 자신에게 어떻게 대했던, 그의 삶까지 불행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여러 유형들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배려하느라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기거나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유일하게 INFJ들은 한 가지 더 특징이 나타나는데, 바로 '내면의 악마'라고 말하고 싶다.
겉으로는 공감할 수 있지만, 속으로는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출처 : INF 나무위키)
내 입으로 악마라는 표현을 쓰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인프제들은 자신으로 인해 상대방의 컨디션에 흠이 나는 것을 극도로 괴로워해서, '누가 봐도 너에게 악감정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대한다고 했다. 그런데 과연 속마음도 그럴까?
그들이 순도 100% 천사 타이틀을 짊어질 수 없는 면은 바로 여기에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다정하고,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내어줄 정도로 그들의 마음은 참으로 순수하고 진실된 착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앞에서 괜찮은 척 연기해야 하는 불쌍한 인프제들의 마음속은 병들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타들어간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을 더욱더 괴롭게 만든다.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서는 극도의 분노와, 미움과, 자책과 후회를 반복한다.
INFJ가 손절하는 이유
그래서 INFJ가 관계를 갑자기 끊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이유가 있는 손절이다. 앞에서 말하면 그가 상처받을 것 같아서, 불친절하게 대하고 싶지는 않아서, 자신의 상처를 감추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마음의 병이 극도로 악화되어,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들, 이를테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목소리 톤 하나하나 곱씹어 보니 모든 것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멀어지는 것이다.
내가 봤을 때 INFJ들은, 자신이 항상 괜찮아질 줄 안다. 자신이 지금 조금 마음 아파해도, 자신만 괜찮은 척하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 똑똑하고 지혜롭게 헤쳐나간다고 믿고 있지만, 늘 결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그들은 결국 가장 마지막에, 그리고 슬프게도 아무도 모르게 혼자 상처받고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는다.
친절한 세상이여. INFJ에게 사랑을 주소서.
2화 : INFJ의 인간관계, 도어슬램에 대하여(1) 바로가기
3화 : INFJ의 인간관계, 도어슬램에 대하여(2) 바로가기
2화 간관계, 도어슬램에 대하여(1)ㅇ
글/커버사진 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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