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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Feb 12. 2018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살아간다는 것

어렸을 적 내 방 벽지에는 야광별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불을 끄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곤 했는데, 잠이 들 때까지 껌뻑거리며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묻곤 했다.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찾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떠보니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였고, 배가 고프니 밥을 먹었을 뿐이고, 아프면 고통스러우니 약을 먹었다. 살아가야 하는 특별한 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했더니 저절로 살아지고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았듯이, 살아간다는 것 또한  실감이 나지 않아 가끔 의구심에 빠진다.  


어떤 것에 시달리거나 괴로움을 느낀 하루, 그 어떠한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은 지치고 힘든 상태일 때 유독 삶의 의미를 잃는다. 태어났으니 살아가야 할 의무를 지녔다고 하기에는, 이 길고 긴 삶이 너무나 덧없지 않은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10년 지기 단짝 친구가 최근에 원하는 기업에 입사를 했다. 그 기업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직원들에게 매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했는데, 그녀는 첫 입사 기념으로 선물을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상품을 살펴보라며 연락이 왔다. 본인도 갖고 싶은 것을 더 욕심 내었을 수도 있는 부분인데, 주변 지인들에게 선심을 쓰는 행동을 보고 참 덕이 좋은 친구라고 여겼다. 덕분에 그동안 필요했던 마우스 패드를 얻었다. 글을 쓰면서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바닥에 닿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사소한 부분일 지라도 생활의 편리함을 느끼면서 그녀에 대한 고마움이 커졌다.


나도 이다음에 작은 성취를 이루게 된다면, 그녀가 행한 것처럼 내가 가진 것을 기쁘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기가 아주 가까운 미래일 수도 있고, 먼 미래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거나 이 문장에는 ‘인생을 계속 살아간다’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그녀의 소박한 날갯짓 하나로 이 삶을 지속해야 하는 목적성이 드러난 것이다.


이외에도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감사한 일들에 조금씩 보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삶을 이어가야는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고,

비로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삶이 나를 외면하여 속일지라도

도무지 어떠한 힘도 나지 않아 우울하고 외로운 날이 오더라도,

참고 견디어 살아가기로 했다.


내가 받았던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돌려주게 되는, 그 날을 위해

살아가고자 한다.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기 위해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임경복

yeoulha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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