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산다.
고양이를 키우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날 코끼리(언니)가 갑작스럽게 집으로 들였다. 그래서 고양이가 들어와 살고 있다는 표현이 더 내게 맞는 것 같다.
나는 동물에 관심이 없다. 어렸을 적에는 지나가는 개미들을 돌봤고 애지중지 키웠던 병아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꺼억꺼억 울부짖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호기심 가득한 소녀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 주위 친구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 그와 달리 나라는 인간은 털 달린 동물에 대해 그다지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똘똘한 눈과 동글동글한 모양새가 귀엽다며 연거푸 사진을 보내와도 나의 반응은 참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와의 첫 만남에서 동물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어쩐지 나 자신이 매우 인정 없는 인간으로 느껴졌다. 나는 왜 강아지는 그저 강아지로 보이며 고양이는 왜 고양이로 보이는 것일까.
고양이와 삽니다
코끼리는 고양이의 이름을 '미미'라고 지었다.
나중에 그가 수컷이라는 것을 예방 접종할 때 알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미미라고 불린다.
처음에는 털 달린 생명체가 잠을 참 잘 자는구나, 싶었지만 어느새 그에게 무한한 관심이 생겼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미의 행방이 궁금하여 그를 찾는다. 가끔 이름을 부르면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부분 구석에 숨어서 뒹굴고 있다. 그가 집안에서 좋아하는 로케이션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순서대로 발길을 돌리면 된다. 분홍색 담요가 깔린 높은 서랍장을 거쳐서 옷장의 그늘진 구석, 소파의 모서리를 순서대로 훑는다. 99% 적중률로 이중 한 곳에서 넙적하게 뻗은 채로 누워서 뒹굴고 있다.
나는 미미를 찾아내서 부둥켜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자신을 건드리는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귀찮아하는 날에는 온몸을 발버둥 치며 이빨을 드러내서 깨무려고 한다. 그럴 때는 재빨리 바닥에 내려놓아야 한다. 가끔은 고양이도 사람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나 보다.
오늘 새벽, 목이 아프고 몸살 기운이 있어서 잠에서 자주 깼다. 아침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머리가 굉장히 아팠다. 도저히 일어나지 못한 채 오후 3시까지 누워서 아무것도 안 했다. 고개를 돌아보니, 나보다 더 아무것도 안 한 채 누워 있는 미미를 보았다.
동물의 온기
아픈 머리가 가시질 않아서 이불속에 한동안 파묻혀 있었는데, 어느새 미미도 내 옆에서 파묻혀 있었다. 그를 안아서 내 배위에 올려놨더니 잠이 오는지 눈을 감고 기대어 잠을 잔다. 고양이의 배는 참 따뜻해서 그의 온기가 나에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보다 한없이 작은 생명체가 숨 쉬는 소리, 그 소리가 나에게 또 다른 멜로디로 형성되어 축복의 시간을 갖게 한다.
고양이는 자신이 머물고 싶은 곳에 있고, 내키지 않은 곳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억지로 그를 잡으려고 하면 도망가기 일수여서 그냥 살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그의 생활에 환기를 주는 것이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자의적으로 내게 오는 경우도 있다. 글을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 내 옆으로 슬그머니 와서 발을 긁으며 구경하곤 한다.
그렇게 그는 홀로 있는 나에게 친구가 되어준다. 나의 첫 독자가 되기도 하고, 그의 온기를 나눠줌으로써 텅 빈 가슴을 채워주기도 한다.
가끔씩 코끼리는 나에게 고양이를 사랑해야 네가 만드는 영화에도 사랑이 존재한다며 나무란다.
무슨 연관성인 지는 잘 모르겠어서, 반박하지 않고 그냥 듣는다.
내가 아직도 별 관심이 없는 줄 아는 듯하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
고양이와 같이 살고 있다.
글/그림 여미
커버사진 미미
yeoulhan@nate.com
언니가 코끼리가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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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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