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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낚는 바다

꿈과 희망을 향해 ‘포기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by 여울LEE


우리가 바라는 꿈은
이렇게 스스로 미끼를 던져서
낚아 올리는 거야. 영차!

그리고, 잘 봐.
이 거대한 꿈의 바다를.
/


[ © 여울LEE / 꿈을 낚는 바다 : 할머니와 모리 ]



어두운 밤.

세상이 온통 깜깜하게 잠든 밤바다 위.

물결 사이사이 물든 달의 그림자가 더욱

영롱하게 환히 빛나던 때.


한 종이배에 소녀와 할머니가 탄 채,

밤바다를 조용하고도, 고요하게 지나고 있었다.


할머니와 소녀는 어딘가 멀리 바라보듯

시선을 자유롭게 이리저리 옮겼다.


그러다 할머니가 말했다.

“모리야. 이 밤바다는 처음이지?”


소녀는 할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할머니. 여러 밤바다를 경험해 봤었지만

이 밤바다는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해요. “


할머니는 소녀의 어깨를 톡톡- 토닥여주었다.


“뭐든 처음이 어렵고 낯선 건 당연한 거야.

할머니도 이 밤바다에 처음 왔을 땐, 무섭고

막연한 두려움에 온몸이 떨려왔었단다. “


할머니의 말에 소녀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주 의아하다는 듯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녀가 여태 봐왔던 할머니의 모습은

‘용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소녀가 말했다.

“할머니. 그런데 이 밤바다에 저를 데려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할머니는 달그림자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의 모리에겐

이게 꼭 필요하기 때문이야.”

.

.



[ © 여울LEE / 꿈을 낚는 바다 : 할머니의 꿈 ]



할머니는 종이배 한편에 고이 잠들어 있었던

낚싯대를 깨우며, 줄을 풀기 시작했다.


소녀는 할머니 곁에서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밤바다를 향해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밤바다야. 잘 지내고 있었니. 오늘은 손녀를

데리고 왔단다. 내게 그랬듯, 편안하고 아늑한

물결로 긴장한 손녀를 보듬어주렴. 우린 이제

아주 큰 물보라를 일으킬 거거든! 하하! “


할머니는 인사를 전한 뒤, 낚싯대를 있는 힘껏

밤바다를 향해 “영차!” 하고 던졌다.


그 얼굴엔 알 수 없는 기쁨이 가득했다.


소녀는 그저 할머니가 던진 낚싯대 줄 끝에

시선을 둔 채 기다림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얼마가 흘렀을까.


드디어 할머니의 낚싯대 끝이 힘차게 흔들거렸고,

할머니는 또 한 번 “영차! 영차!” 외치곤

낚싯대와 함께 호흡하며

무언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밤바다 어둠을 뚫고

환하게 빛을 뿜어내는 “그것.”


그것이 고개를 쏙- 내밀며 올라왔다.


할머니는 어린아이와 같은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 모리야, 이것 봐. 엄청 맑고 아름답게

빛나지 않니? 마치 이 밤바다 전체를 안아주는

따뜻한 별과 달처럼 말이야. “


소녀는 행복해하는 할머니를 보며 말했다.


“할머니. 예쁘긴 한데 이게 뭐예요?

저는 도통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걸요? “


할머니는 들뜬 마음을 잠시 내리며 소녀의

질문에 나긋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게 바로 오늘 모리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꼭 필요한 거란다. 바로 꿈방울이지. “


소녀는 갸우뚱거리며 꿈방울에 대해 물었다.

“이 꿈방울이란 게.. 저한테 왜 필요한 건가요?”


할머니는 꿈방울을 소녀에게 좀 더

가까이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이 할머니가 꿈꾸는 희망이 담긴

꿈방울이란다. 아직도 낚아 올릴 꿈방울들이

이 밤바다에 가득 펼쳐져 있지.


꿈을 향해 힘껏 도전하고, 낚아 올리는 과정의

희열과 성취감을 모리도 직접 느껴보면 어떨까?”

.

.



[ © 여울LEE / 꿈을 낚는 바다 : 모리의 첫 낚시 ]



소녀는 할머니가 보여준 꿈방울을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나는 꿈꾸는 것도, 하고 싶은 일도

아무것도 없는데. 던진다고 뭐가 걸려

올라오겠어? 에잇. 귀찮아.‘



사실 소녀는 정말 아무런 꿈이 없었다.

어떤 걸 해야 할지, 어떤 걸 희망하며 나아갈지

여태껏 전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의 응원에 마지못한 소녀는

낚싯대를 잡고 무미건조하게 대충 던졌다.


‘꿈을 낚는 밤바다’에 소녀가 처음으로

스스로 낚싯바늘을 던진 순간이었다.


대충 던지긴 했지만, 소녀는 내심 어떤 좋은

꿈방울이라도 좋으니 건져져 올라오길 바랐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일렁이는 물결 따라

낚싯대를 낚아 올린 소녀의 얼굴엔

밤바다 보다 어두운 그늘이 덮어졌다.


바늘 끝엔 그 어떤 것도 걸려있지 않았다.

물기만이 뚝뚝- 밤바다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소녀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할머니는 소녀에게 말했다.



“모리야. 너에겐 너를 일으켜 줄

힘 있는 꿈이 필요했구나! 그런 거였어. “

.

.



[ © 여울LEE / 꿈을 낚는 바다 : 할머니의 꿈방울 ]



할머니는 밤바다 이곳저곳, 더 깊숙한 곳까지

닿을 만큼 힘차게 낚싯대를 던졌다.


“영차, 영차! “


할머니가 열심히 걷어올린 꿈방울들이

하나. 둘. 곁에 점점 쌓여갔다.


소녀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할머니도 여전히 무수한 꿈들을 꾸고 있는데,

난 왜 꿈조차 가지려 하지 않았던 걸까?

나도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꿈을 찾고 싶어.‘



소녀가 다짐하는 순간.


할머니는 하하하! 행복한 웃음을 한 채

다양한 꿈방울들이 담긴 꿈보따리를

들어 올렸다.


“이것 보렴. 할머니는 아직도 여전히

인생에서 이뤄내고자 하는 꿈들이 가득해. “


꿈보따리가 더없이 반짝거렸고, 소녀는

물끄러미 그 꿈보따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수줍게 말했다.

“할머니! 저도... 잘하는 게 하나 있긴 한데.

낚아보면 건져질까요..? “


할머니는 그런 소녀의 말을 예상치 못했는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럼! 할 수 있어!

모리가 품고 있는 그 진심을 모아

직접 미끼를 던져보렴. 분명히 낚일 거야.

너의 꿈과 희망이! “

.

.


[ © 여울LEE / 꿈을 낚는 바다 : 꿈의 낚시 ]



소녀와 할머니는 서로를 바라보며 씽긋 웃었다.


그들을 품은 밤바다 위로

포근히 내려앉은 달그림자가

할머니와 소녀의 ‘꿈의 낚시’를 위해

더욱 환하게 빛을 뿜어주고 있었다.






이번화에서는 꿈을 포기하거나, 꿈이 희미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할머니와 모리.
그리고 꿈을 낚는 바다에 담아 전해봤습니다.


저는 브런치 글을 매주 발행하면서도

때론 일상에서 비롯되는 바쁜 현실에 눌려

글과 그림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답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꿈을 이어가기 위해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들을 겪다 보니 머릿속에

‘꿈을 낚는 바다’가 떠올라 이번화 주제로

내용을 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할머니’처럼 오랫동안 꿈의 바다에서

꿈과 희망을 낚고 있을 것 같습니다. (ꔷ̥̑.̮ꔷ̥̑) *


아주 행복하게 말이죠. (/ ᵔᴥ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아름답게 만날게요. ʕ¨̮ʔ






[ 오늘의 삽화 ] 꿈을 낚는 바다

© 여울LEE


[ +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 ୧” •̀ ل͜ •́ ”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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