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갖고 싶고, 욕심내는 건 당연한 것 아니야?'
인정받고 싶어.
그리고 언제나 완벽한 모습이어야 해.
그래야, 사랑이 내게 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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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울LEE / 외로운 '사랑 충전' ]
주황색의 빛나는 머릿결을 가진 아리는,
고립적인 '자신만의 경계선'을 가지고 있었다.
경계선 안쪽 공간엔 오롯하게 아리만
들어갈 수 있었으며, 비좁고 어두운 공간이었으나
사실 그 어떤 곳 보다 아리에겐 아늑한 곳이었을 것이다.
아리의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리는, 자신의 머릿결만큼이나
반짝이는 '상장'을 들고서. 한껏 기쁜 마음으로 부모님을 찾았다.
그런데.
그 순간.
아리는 경계선 속으로 몸을 웅크린 채 들어가고 말았다.
마치 한 마리의 공벌레가 동그랗게 몸을 말 듯.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태권도 노란띠를 허리에 두르고 잔뜩 신이 난 동생.
그 곁엔, 사랑이 가득 차 넘칠 만큼 기쁘게 웃어 보이던
부모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리의 구멍 난 마음속엔 이 말이 계속 맴돌았다.
'나도 상장받았는데......'
[ ⓒ 여울LEE / 새롭게 생겨난 '거짓' 자아들 ]
같은 경험을 여러 번 겪게 되면, 사람은 아무래도
그만큼을 이겨내는 경험치가 차곡히 쌓이기 마련이다.
아리 역시 같았다.
사랑받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인정받기 위해
점차 내면에서 '새로운 거짓 자아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 예체능을 뛰어나게 잘하는 아이
• 전교 1등, 학업 성과가 좋은 아이
• 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아이
• 모든 것에 완벽한 아이
아리가 모든 거짓 자아들을 열심히 활용해 나가자,
성과주의였던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너무나 가볍고 유연하게.
아리를 향해 속도 빠른 토네이도처럼 몰려왔다.
아리는 그렇게 실제 자아와 거짓 자아가
한 데 헝클어져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성장의 시간들 속에서
아주 하얀 안개가 기억의 웅덩이를 덮어버리 듯.
본연의 자아를 점점 희미하게 잊어가게 되었다.
[ ⓒ 여울LEE / 어른이 된 아리 · SNS로 보는 자신의 일상 ]
키가 163cm나 될 만큼 쑥쑥 자란 어른이 된 아리는,
누구나 선망하는 회사에 입사해 평범한 나날들을
순조롭게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루 내내 무표정인 아리의 입술 사이로, 알 수 없는
한숨들이 도망치듯 자꾸만 빠져나왔다.
'나, 왜 이러지? 휴.'
.
.
아리는 가라앉은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무기력한 발걸음을 옮겨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주문한 커피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목적 없는 자신의 SNS를 열었다.
아리의 게시물엔 거짓 자아들을 꽉꽉 채워
포장해 놓은 진실성 없는 사진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아리는 누가 들을까 무서워하며
자꾸만 새어 나오려는 말을, 다시 입 속으로 집어삼켰다.
'네가 누군지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 ⓒ 여울LEE / 고립 속 SNS의 거짓 자아를 발견한 아리 ]
화려한 조명 아래 재밌는 인생을 살고 있는 모습.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사랑받고 있는 모습.
작은 것을 크게 부풀려, 위대한 자랑거리 마냥
포장해 둔 별 것 아닌 결과물들.
온전한 사랑과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었던
어린 시절의 거짓 자아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그 속에.
.
.
SNS를 바라보고 있던 아리는 순간, 자신을 감싸 안으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눈동자는 거칠게 떨렸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으며. 눈썹은 이상함을 감지하 듯
힘껏 찡그려지고 있었다.
"그래. 이거였구나. 지금까지 날 갑갑하게 했었던
내 안의 족쇄가 바로 이거였어!"
[ ⓒ 여울LEE / 사랑해, 아리야 ]
긴 세월을 지나, 결국 아리와 아리가 한 자리에 함께했다.
아리는 아리를 꽉 안아주며 따스한 어조로 속삭였다.
"어쩌면, 널 가장 만나고 싶었던 건 나였을지도 몰라.
오랜 시간 묵묵히, 널 잃어버리지 않게 내 곁에 항상
있어줘서 고마웠어."
아리의 내면이 진실을 느끼자, 거짓 자아는 스르륵
어디론가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금세 사라져 갔다.
완전히 깨끗하게 말이다.
아리가 방긋 웃어 보였다.
아주 솔직하고도,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 ⓒ 여울LEE / 아리를 그리는 시간 ]
/ 이번화에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주인공
아리에게 투영하여 표현한 이야기였습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자기중심적,
끊임없는 인정 욕구, 저하된 자존감과 같은
특징들이 있어서, 자신은 우월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합니다.
이번 글을 쓰면서 사랑받지 못한 주인공 아리가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지니지 않고.
스스로를 인정해 주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제 안에서
들기도 했었답니다. ϲ( ´•ϲ̲̃ ̲̃•` )ɔ...
사랑을 주는 것.
사랑을 받는 것.
여러분은 지금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있나요? ⸜(*◉ ᴗ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에서 또 만나겠습니다. ദ്ദി・ᴗ・ )!! ~♪
[ 오늘의 삽화 ] 헝클어진 자아
ⓒ 여울LEE
+ 그림 제작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