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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날카롭지만, 누구보다 다정한

물까치를 이해하게 된 날

by 린꽃

주변에 민가가 없는 산중에 위치한 우리 집은 아침마다 새들의 지저귐에 눈을 뜨고, 낮에도 새소리 외에는 별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시골살이를 하는 내내 다양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내게 당연한 일상과도 같았고
늘 항상 함께해서 익숙한 자연의 소리였다.
그런 새들의 움직임이 요즘따라 심상치 않다.
평소보다 요란하고 어딘가 날카롭게 지저귀는 데다가 날쌘 움직임으로 불안한듯 이나무, 저 나무를 돌아다닌다.



최근의 나는 임신성당뇨를 진단받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식후에는 꼭 동네를 산책하는 중인데, 얼마 전부터 새들이 낮고 빠르게 날기 시작하더니 내 바로 앞을 스치듯 지나가거나 내 바로 앞까지 날아들어 날갯짓을 하며 경계하듯 지저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내 머리를 쪼기 시작했다.
당황한 채 내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새들에게 '너네 대체 왜 그래! 나 그냥 지나가기만 할게!' 혼자 얘기하며 머리를 감싸고 뛰어 도망치는 게 일상이다 보니 외출을 할 때면 새들을 피해 커다랗고 두꺼운 모자를 쓰고, 길을 가다가도 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면 냉큼 돌아 다른 곳으로 돌며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새들을 피해 산책을 하다가도 새들의 소리가 가까워지면 새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도망가거나 집에 들어가기에 일쑤였다.
내게 새들은 어느 순간부터 평화로운 산책길의 불청객이자 공포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내겐 무섭기만 한 존재였던 새들에게 사연이 있었다는 걸 안 건 최근이었다.
나를 공격하던 새의 이름은 '물까치'라는 한반도 전역에 흔한 텃새로, 사람을 공격하는 새로 이미 유명하다고 한다.
산지나 평지의 숲, 공원에서 흔히 서식하는 새라고 하는데, 새들 중에서도 가족애가 강한 대표적인 새이기도 하고 특히 5월에서 7월의 산란기에는 더 예민해서 사람을 먼저 공격한다.
나도 임신 이후에 자주 예민한 터라 나를 공격하던 새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새들의 심정도 이해가 됐다.
나는 그냥 산책을 하던 중이었을지라도 갓 태어난 새끼를 돌보고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인 새들에게는 내 존재 자체가 위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뱃속의 나의 아이를 지키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알기에, 그제야 공격이 아닌 새끼를 지키려는 마음이었던 새의 행동을 뒤늦게나마 이해했다.



새의 속사정을 처음 안 그날은 나를 쪼고 날아가던 새의 뒷모습을 오래 멈춰 바라봤다.
나처럼 그 새도 누군가의 세상을 품고, 또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해왔을걸 생각하니 평소의 미운 마음이 아닌 어떤 동질감이 들었다.


물까치의 지저귐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둥지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조금은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던 새의 마음,
그건 새도 나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는 그 날카로움조차 한 편의 다정함으로 기억하려고 한다.
서로 다른 몸으로,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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