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화면 속 너에게 건네는 마음

부모님의 초음파 사진 앨범

by 린꽃


임신 9주가 되어서야 초음파 사진 앨범을 샀다.
한동안 친정에 있으면서 어차피 할 게 없을 것 같아서 그동안 매주 모아 온 초음파사진과 사진 앨범을 가져왔다.
초기부터 걱정이 많아 매주 병원을 가다 보니 생각보다 그동안 모은 게 많아서 한참을 앉아 사진을 붙이고 스티커들을 붙여놓고 짤막하게 초음파 사진 밑에 글도 쓰면서 열심히 정리를 하고 있는데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엄마가 오래된 앨범 하나를 가지고 왔다.
어릴 적 사진이 있는 앨범이야 자주 봤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앨범에 의아해하며 열었는데,
온통 새까만 초음파 사진들이 빼곡했다.
다름 아닌 나를 임신했을 때 병원에 갈 때마다 받아온 사진을 모아 온 초음파 사진 앨범이라고 했다.


그간의 시간만큼이나 이미 사진이 많이 바래 뭐가 뭔지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하나하나 붙이며 설레어했을 마음이 느껴졌다.
삐뚤빼뚤 오려 붙인 초음파 사진 속 내가 너무 낯설었다.
그 시절에도 초음파 사진이 있었다는 데에 놀라워하며 초음파 속 내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다.
어두운 초음파 사진을 자세히 보며 '아, 이게 척추인가 보다!' ' 여긴 머리인 것 같은데!' 하며 태중의 내 모습을 신기해했다.



엄마에게 이 많은걸 매번 붙이고 정리하기 귀찮지 않았냐 물으니 전부 다 아빠가 붙여놓은 거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같이 가서는 초음파 사진을 소중하게 받아와 앨범에 붙여놨다고 했다.
그리곤 매일같이 사진을 봤다고.
어쩐지 처음 보는 초음파 앨범이 내 어릴 적 사진 앨범보다 손을 많이 탄 느낌은 있었다.
무뚝뚝한 아빠가 세심하게 초음파 사진을 붙인 것도 놀라웠지만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으로 초음파 사진을 소중히 받아 들고 설레는 매일을 보냈을 그 시절의 부모님의 얼굴이 그려져 문득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초음파 속 내 모습을 보면서 내 아기도 이렇게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같이 사진을 보던 엄마도 이랬던 애가 이제 애를 가졌다며 감탄하다가
' 네 아기는 밝게 키워. 공부 못해도 되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해. ' 한마디 내뱉었다.
임신을 한 이후로 엄마와 내가 자라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많이 하게 되었는데,
내가 어린 시절부터 매를 들고 공부를 강조했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무서운 기억으로 남긴 했지만 지금은 그때의 엄마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내가 잘 살기를 바랐던 엄마의 마음이, 나를 지금껏 살아가게 한 거라 생각한다.
젊은 날의 서툴렀던 엄마의 사랑을 이제는 언뜻 알 것 같다.
훗날 만날 나의 아이에게 내 모든 사랑을 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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