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일주일 전, 37주의 태동검사에서 20분 동안 아기가 한번 정도 움직이며 태동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평소에도 태동이 적은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밤중에는 잘 움직이곤 했는데, 그러고 보니 최근엔 밤에도 한 번씩 움찔거리는 느낌만 있을 뿐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37주에 3kg을 넘겨 아기가 부쩍 커지기도 했고
후기엔 태동이 줄어든다는 속설도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지만 담당 주치의 선생님은 막달에 태동이 줄어드는 건 위험한 신호라며 태동을 잘 관찰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잠시뒤에 본 초음파에서 아기의 목을 감고 있는 탯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양수의 양도 충분하고 뱃속에선 탯줄로 영양분을 공급받아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목에 탯줄을 감고 있으면 자연분만할 때 아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에 38주 차에 제왕절개 날짜를 잡고 돌아왔다.
갑작스럽게 일주일 후에 출산이라는 사실도 믿기지 않았고, 수술 날짜가 잡힌 후로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냈다.
출산준비야 미리 해둬서 더 이상 신경 쓸건 없었지만 아기 목의 탯줄을 인지하고 난 뒤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이베베로 아기 심장소리를 확인하고 배를 툭툭 쳐보고 몸을 돌려보며 아기가 조금이라도 꿈틀거리면 잠시나마 안도했다.
태동을 느끼면 그제야 한두 시간 기절하듯 쪽잠을 자고, 또다시 일어나서 하이베베를 하고 꼬물거리는 태동을 느끼기 위해 안달이었다.
내게는 너무도 간절했던 임신이지만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던 지난 10개월, 25주까지 6kg이 빠질 정도로 지독한 입덧도 힘들었고 입덧에서 벗어나니 곧장 임신성당뇨 확진으로 식단조절과 운동을 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는데 그것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출산 전 일주일은 내게 극한의 불안으로 숨통을 조이는 고통, 그 자체였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날짜를 일찍 잡아 아기가 너무 일찍 나오는 건 아닌지 이런저런 걱정으로 출산일까지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드디어 찾아온 수술날, 우여곡절 끝에 수술장에 들어가니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 순간 생각난 일 년 반전의 계류유산 때의 소파술 기억 때문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애써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수술대의 낯선 감촉에 그 순간 힘이 풀렸다.
수술실은 너무 추운데도 긴장한 탓에 비오듯 땀이 흘렀다.
너무도 두려웠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아기를 만날 수 있으니 용기를 내야 했다.
잔뜩 겁먹은 채 수술대에 올라 마취를 하기 전, 마지막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제발 우렁차게 울어줘. 건강하게 만나자.'
아기에게 속삭이곤 곧장 마취를 했다.
배에서 무언가를 하는 이질적인 느낌이 한동안 들다가 무언가 쑥 빠져나오는 느낌과 함께
분주하게 뭔가를 하는 소리가 들린 후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그때가 되어서야 안도하는 마음으로 눈물이 흘렀다. 잠깐동안 짧게 아기의 얼굴을 보여주는데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입을 오물거리는 작은 얼굴을 본 순간 아기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기에게 고맙다고 얘기를 하다가 수면마취로 곧장 잠들었다.
훗날 주치의선생님은 내게 '잠들기 전에 한말이 뭔지 기억나요?'라고 물어서 내가 말실수라도 했나 싶었는데,
'0 선생님 정말 감사해요-'라고 몇 번이나 반복해 연신 얘기하다가 잠들었다고 한다.
모든 게 감사하기만 했던 나의 출산일.
드디어 긴 기다림 끝에, 내게도 사랑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