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고요한 겨울, 아기를 품은 시간

아기와 둘이 남겨진 시골의 겨울

by 린꽃

아기가 60일을 맞던 날, 남편은 먼저 타지로 떠났다.

남편의 전출일자와 우리의 이사일자가 맞지 않아 남편은 몇 달간 혼자 자취를 하고, 나는 이곳에 남아 내년 봄까지 아기를 보게 됐다.
한가득 짐을 실은 차와 함께 떠나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제 정말 아기와 나 단둘이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막막했다.



2년 전, 남편을 따라 처음 이곳 화천에 왔을 때는
모든 게 낯설었다.
고향과는 다르게 아무리 인사를 해도 돌아오지 않는 이웃과의 인사도 어색했고, 이야기를 하거나 이름을 부를 사람도 없었다.
이곳에서의 낯선 시간들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외딴섬의 이방인으로 머물러있을 뿐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아기와 함께하는 지금은 완벽한 혼자는 아니라는 것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아기를 보며 가끔은 외롭긴 하지만
남편이 떠난 이후로는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다.
아기와 함께 있다 보면 하루가 정말이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간다.
아기가 울고, 웃고, 잠들고, 다시 깨는 사이에
해는 지고 금세 밤이 찾아온다.



남편이 아기의 백일까지만이라도 함께 있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아기는 하루 종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혼자서 버티는 밤은 길고, 몸은 점점 무거워진다.
요즘은 매일같이 코피가 자주 나고, 쉽게 피곤해진다.

누우면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은데 쉴 시간조차 없다.

하루에 대여섯 번씩 아기가 잠든 틈을 타 유축을 하고, 젖병과 유축기를 씻고 소독하다 보면 곧 아기가 깨어난다.
그래도 너무 힘든 순간, 아기의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꼭 잡아줄 때면 모든 게 괜찮아지는 듯하다.

확실한 건 아기의 존재가 지금의 내게 힘들지만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창리에는 벌써 겨울이 찾아왔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와 함께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엔 앙상한 나무들과 높은 산뿐이다.
추운 날씨와 함께 내 마음에도 서늘한 바람이 스며들지만,
아기를 품고 있는 내 품 안은 언제나 따뜻하다.
이 겨울, 나는 이곳에서
아기와 함께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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