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한낮의 마녀시간

단 둘이 버티는 우리의 하루

by 린꽃

요즘의 아기는 낮동안 울고 보채는 시간이 많아졌다.
낮잠도 길어봐야 30분정도로 토끼잠을 자는데, 일어나면 눈뜨자마자 거의 내내 울고있다.
기저귀도 금방 갈았고, 수유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열도 나지 않는데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달래보려고 모빌도 틀었다가 딸랑이도 흔들어보고 잠투정인가싶어 안고 흔들거리며 집안을 돌아다녀도 소용이 없다.
온 몸을 쓸어주며 마사지도 해보고, 쪽쪽이를 물려도 뱉어버리고 수유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지만 급하게 유축한 모유를 데워 먹여도 전혀 물지 않는다.
근 한시간이 넘는 시간을 아기의 찢어지는듯한 울음소리를 듣다보니 귀도 먹먹하다.
도대체 뭐때문에 이렇게 우냐고 아기를 붙들고 물어도 온 몸을 흔들고 악을 쓰며 울뿐이다.



결국에 다 포기하고 우는 아기를 안고 나도 같이 소리내어 우니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너무 울어서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내가 우는게 신기한지 갑자기 조용해진 아기를 보고있자니 조그마한 아기가 내 눈치를 보며 우는게 문득 웃겨서 웃음이 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찾아온 지독한 마녀시간은 온 집안을 아기의 울음으로 채운다.
한동안 멍하니 아기가 우는걸 바라만보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기띠를 매고, 아기를 안았다.
토닥거리며 집안을 돌아다니다 잠옷차림 그대로 담요에 아기를 씌워서 냅다 밖으로 향했다.



바깥으로 나서자마자 계단에서부터 거짓말처럼 내내 울던 아기가 울음을 그쳤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추운 날씨에도 금세 내 품에서 잠든 아기를 보고있자니, 아기도 하루종일 집 안에 있으면서 답답해서 울었던건가 싶다.
초겨울의 추운 날씨에도 모처럼 바깥바람을 쐬니 상쾌한 느낌이들어 잠옷차림 그대로 집앞을 잠시 걸어다녔다.
어차피 사람이 없는 시골동네에서, 내가 어떤 차림으로 뭘하고 다니든 나를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 해가 쨍쨍한 낮이었지만 텅 빈 아파트 단지를 걷다보니 스산한 느낌이 감돌았다.
이 곳에서는 벌써 며칠째, 하루 한번 우리집에 택배를 배달하러오는 기사님의 발소리 외엔 인기척이나 사람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있다.
다시 집으로 올라오는 내내 사람이 아무도 없는 빈집들을 지나오며 고립된 기분에 더 우울해졌다.



집에 돌아와 잠든아기를 눕혀놓고나니 그제야 난장판이 된 집이 눈에 들어왔다.
아기가 하루종일 운탓에 쌓여있는 젖병들도 씻지못했고 내 밥도 먹지 못했고,
거실엔 아기를 달래느라 꺼낸 온갖 장난감과 책들이 널브러져있다.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전부 내 일이고, 당장 해야할 건 많은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뭘 손대야할지도 모르겠어서 막막하다.
혼자 너무 힘들다는 말을 연신 반복하며 젖병을 씻고 겨우 밥을먹고나니 금세 아기가 깨서 운다.
아직 더 해야할게 많은데... 생각하며 다시 아기에게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또다시 아기를 다시 품에 안고 달래며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다.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어느덧 저녁이 찾아오고, 하루가 무사히 끝났다.
아직 할 건 많지만 당장에 아기의 이유없는 울음은 줄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마녀시간이, 그렇게 조금씩 저물어간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도 버텼다는 사실 하나로, 잠시나마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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