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없는 시골에서의 열과의 사투
드디어 아기의 2개월 예방접종을 하던 날, 새벽 일찍부터 나갈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시골인 우리 집에서 읍내의 보건소나 소아과가 있는 춘천을 가려면 한 시간이 걸려서, 어딜 가든 아기와 두 시간의 운전을 해야 한다. 게다가 남편도 타지로 떠나 예방접종에 동행할 사람도 없이 혼자였다. 태어나 처음 외출하는 아기를 카시트에 태워서 출발하는데 출발하기 전부터 울고 보채서 운전하던 중에도 '엄마 여기있어!! 괜찮아!' 를 외치다가 중간중간 구불길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아기를 달래며 겨우 도착했다.
우여곡절 끝에 읍내의 보건소에 도착하자마자 접수를 하고 키와 몸무게도 쟀다.
2.9kg으로 태어난 아기는 어느덧 5kg을 넘기고 있었다. 병원 하나 없는 곳에서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준 아기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긴 시간 차에서 우느라 주사 맞기 전부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진이 다 빠진 아기..
시골에 살아서 매번 이런 고생을 해야 할 텐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양쪽 허벅지에 주사를 맞고 한동안 울음이 그치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다.
돌아오던 길에는 주사를 맞은 직후여서인지 잘 사줘서 사창리 번화가에 도착하자마자 해열제를 사러 약국도 갔다가, 지칠대로 지쳐서 라떼 한 잔을 마시면서 들어왔다.
내 생에 가장 긴장하고 힘들었던 운전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양쪽 허벅지에 붙어있는 밴드를 떼주고, 주사부위에 별 이상이 없는걸 확인한 후엔 이틀간 한 시간에 한 번씩 체온을 쟀다.
10시 반쯤 주사를 맞고 오후 5시까진 열이 안 났는데, 이후부터 서서히 37도를 넘어서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열이 날 때에도 아기는 특별한 증상 없이 자고있는 상태 그대로였다. 그리고 일곱시 반, 결국 39도까지 열이 났다.
체온이 37.5도를 넘겼을 때부터 아기를 다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 접힌 부위들 (목, 겨드랑이, 팔꿈치, 다리 접힌 부분) 을 닦아줬다. 이 과정을 반복하고 해열제도 먹이고 나서는 여름용 스와들업을 다시 꺼내 입혔다.
물약병에 시럽을 따로 담아 아기 몸무게를 계산해서 먹이고,
삼십분쯤 뒤에 체온을 쟀을 때 양쪽 귀 각각 38.3- 38.5 정도 측정되었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엔 다행히 37.6까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후부턴 열이 안 났다. 새벽 내내 혹시 다시 열이 날까 봐 노심초사하며 열을 쟀다.
아기에게 열이 나는것도 무서웠지만 인근에 병원 하나 없는 곳에서, 도움 요청할 사람도 없이 당장 나 혼자라는게 더 두려웠다.
밤동안 뜬눈으로 걱정만 하고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방접종한 날의 수유량.
수유량이 줄지 않는지 잘 지켜봐야 하는데 원래 먹는 양이 적어서 평소랑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엔 언제 그랬냐는 듯 모빌도 잘 보고 잘 웃고 놀았다.
다음날까지도 열이 날까 봐 잠도 못 자고 긴장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접종 열은 첫날로 끝이었다.
이번엔 무사히 지나갔지만, 4개월과 6개월 접종도 사창리에 있을 때맞아야 하는데.. 한겨울에 눈도 많이 오는데 혼자 아기를 보고 있으니 벌써부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