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함께한 산 중턱의 카페
주말부부로 지낸 지 벌써 두 달, 남편이 집에 오는 주말은 혼자 근방의 카페를 돌아다니거나 잠시 외출을 하는, 그나마 시골에서 숨을 돌리는 유일한 날이었다. 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외출을 할 때면 주말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보건소 예방접종만 가도 울고 보채는 아기 때문에 카페에 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비단 카페뿐만 아니더라도 어디든 아기와의 외출은 늘 걱정부터 앞섰다.
지난 주말, 눈이 오던 오후엔 어디든 나가고 싶어서 아직 아기를 데리고 나가기엔 이르다는 남편을 설득해 이제 막 백일이 넘은 아기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편도 30분 거리의 작은 카페로 향했다. 도로 옆 산들은 이미 눈을 두껍게 뒤집어쓴 채 고요했고, 흩날리는 함박눈은 유난히 크고 느리게 떨어졌다. 금세 구불거리는 시골길에 눈이 쌓이는 걸 보며 혹시라도 눈길에 차가 미끄러질까 무섭기도 했지만, 아기의 옆에 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구경하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 모든 근심이 녹아내렸다.
삼십 분을 운전해 도착한 산 중턱에 위치한 카페는 눈 덕분인지 다행히 주차장에서부터 카페 내부도 텅 비어 있었고, 카페의 통창 너머엔 온통 하얀 풍경만 가득했다. 내가 이곳에 찾을 때마다 앉던 자리에 앉자 아기는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내 품에 포근히 안긴 채 눈을 열심히 굴리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안심하는 것 같았다.
매장 중앙에 자리 잡고 있던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는 아기를 안고 사진도 찍었다.
사장님이 권해주신 아기의자에도 잠시 앉혀보며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이제 얼추 고개도 들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아기를 보며 조심스럽게 감탄했다.
긴장한 탓에 아기의 얼굴을 수시로 살피느라 카페에 머문 건 고작 10분도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은 내 일상에서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안정과 기쁨이었다.
혼자 하루에 몇 개씩 카페를 다니면서도 느낄 수 없었던 온전한 행복이었다.
얌전히 내 품에 안겨있는 아기를 보는 남편도 조용히 웃었다. 우리 셋이 함께 만든 오늘의 이 작은 성공이 겨울 산의 눈처럼 마음속에 소복이 내려앉는 듯했다.
카페에서 짧게 머물고 눈발이 더 거세져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 눈 내리는 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용기는 거창한 순간에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이런 작은 외출에서 시작되는 거라고.
아기가 울지 않았던 카페에서의 시간 덕분에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갈 힘을 얻었고, 집이 아닌 곳에서도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하얀 눈 속에서 피어난, 우리 가족의 첫 겨울 카페의 기억을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곧 아기를 데리고 혼자서 다시 카페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