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온이 영하를 웃도는 요즘, 한바탕 폭설이 내리고 나서야 뒤늦게 아기와 단둘이 사는 이 시골집의 월동준비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3월에 이사를 가기 전까지 도저히 혼자 버티기 힘들 것 같아서 한동안 다른 곳으로라도 먼저 이사를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이곳에서 아기와 단둘이 겨울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끝내 받아들이기로 했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맞는 겨울의 시작이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 창문 가까이 손을 대보니 서늘한 공기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시, 집 안의 모든 창에 뽁뽁이를 붙이는 계절이 찾아왔다.
일찍 일어나 아기의 첫 번째 수유를 마치고 나니, 유난히 신이 난 아기가 모빌을 보며 깔깔 웃었다. 바닥에서 몸을 버둥거리며 뒤척이는 그 사이에 작은 의자를 놓고 앞뒤 베란다와 안쪽 창문에 새로 산 투명한 뽁뽁이를 붙였다.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가며 기포가 사라지는 걸 보고 있자니, 우리 둘만의 작은 겨울 요새를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창문에 뽁뽁이가 하나씩 붙을수록 바깥 풍경은 점점 흐릿해졌고, 그만큼 마음속으로는 ‘올해도 잘 버텨보자’는 다짐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월동준비는 집 안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며칠 전엔 아기 겨울옷들도 새로 장만했다. 하얀 곰돌이 우주복과 작은 양털 신발, 그리고 너무 귀여워서 끝내 장바구니에서 빼지 못한 겨울 모자까지. 지인들에게 물려받은 옷들도 많았지만, 한 철 짧게 입히는 아기 옷이라도 내가 마음에 드는 예쁜 옷을 입히고 싶었다. 택배 박스를 하나씩 뜯으며 예쁜 아기 옷들을 볼 때마다 아기에게 입혀보고 아기 사진을 찍어보며 이 외딴 집에도 잠시나마 활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
겨울이 되면 해가 빨리 지니, 아기와 나의 산책길도 다시 정해야 했다. 햇볕이 집 앞 비탈길에 잠깐 머무는 시간을 눈여겨봐두었다가, 그 짧은 틈에 하루 일이 분이라도 아기를 겉싸개에 감싸안고 밖으로 나갔다. 미끄러질까 한 걸음씩 조심하며 걷다가, 햇볕 한 줌에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얼굴을 들이대는 아기를 보면 이 고요한 시골의 겨울이 생각만큼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집 안에서도 겨울을 맞이할 준비는 계속됐다. 가습기를 꺼내 아기방과 거실에 설치하고, 매일 깨끗이 물을 갈고닦아두었다. 가습기를 켜두어도 집이 건조한 탓에 빨래도 집안에 널어두고 겨울엔 매일 아기 목욕을 시키는 대신 이틀에 한 번은 제대로 씻기고, 하루는 간단히 닦아주는 식으로 루틴을 바꿨다. 수시로 보습해 주고, 목욕 뒤엔 보습 크림을 바른 후 나이트 크림을 한 번 더 덧발랐다. 잠들기 전 보일러를 살짝 틀고 손바닥으로 따뜻해진 방바닥을 확인하는 순간엔, 나도 모르게 한숨 대신 안도감이 흘러나왔다.
혹시라도 폭설이 내려 길이 막히면 며칠을 나가지 못할지도 몰라서 냉동식품을 쟁이고 쌀과 분유 여분도 넉넉히 챙겨두었다. 근방에 마트나 편의점은 없지만 쿠팡이나 컬리로 겨울 식품들을 하나둘 장바구니에 담다 보면, 시골에서도 식품 배송이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든든해졌다. 아기와 단둘이 사는 겨울은 상상보다 훨씬 무섭고 걱정투성이이지만 아기에겐 나뿐이니 그만큼 마음을 단단히 다잡게 하는 계절이다.
고요가 다시 내려앉는 저녁이면 모든 집안일을 끝마치고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고 잠시 책을 읽는다. 잠들기 전엔 나도 두꺼운 잠옷으로 갈아입고 수면 양말을 신고, 일찍 잠든 아기 옆 침대에 누워 아기를 그저 쓰다듬다 잠든다.
겨울은 길고 천천히 오지만 그만큼 천천히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조금씩, 겨울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잘 해내려 애쓰기보다 그저 하루를 무사히 건너는 마음으로.
아기와 함께 두 손으로 차근차근, 이 겨울을 살아낼 준비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