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 앞에서 남긴 우리의 첫 크리스마스

by 린꽃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날,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해 이제 막 120일이 넘은 아기를 안고 외출을 나섰다.
춘천까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혼자 아기를 데리고 나서는 건 이번이 두 번째라 엄청나게 긴장한 채였다.
아기와 함께하는 외출의 목적지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예쁘다는 카페였다.
전날 같은 아파트에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를 간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즉흥으로 우리의 중간쯤인 춘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아기와의 외출이 걱정도 됐지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생각에 마음은 내내 들떴다.
내가 임신했을 때 시골에 혼자 남겨져 불안과 두려움으로 흔들리던 시간에 항상 곁에 있어 주고 응원해 주던 친구였기 때문에 친구가 떠난 뒤에도 늘 그리웠었다.
춘천으로 출발하는 길, 다행히 차 안에서 아기는 내내 조용히 잠들었고 바로 뒤에서 얕게 들려오는 아기의 숨소리를 확인하며 계속해서 도착시간을 확인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 시간쯤 운전해 카페 도착했을 때,
트리는 생각보다 더 예쁘고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아기를 안고 서서 사진을 찍고 트리 앞에서 두 아이의 사진도 함께 남겼다.
전날 친구와 얘기를 하며 친구의 아기는 산타로, 우리 아기는 루돌프로 함께 사진을 찍어주자며 옷을 맞춰 입히고 왔는데, 같이 앉히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귀여웠다.
사진 속엔 작은 두 아이가 같은 계절 속에 나란히 남았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할 말이 많았지만 몇 마디 얘기를 하며 다음 수유시간을 생각하다가 내가 젖병을 두고 온 걸 알아차린 순간,
시간은 갑자기 짧아졌다.
외출을 몇 번 해보질 않아 짐을 챙기면서도 수시로 확인하면서 분유, 따뜻한 물에 보온병까지 다 챙겨 왔는데 정작 제일 중요한 젖병을 놓고 와버렸다.
또다시 한 시간 넘는 시간을 운전해 집에 돌아갈 시간까지 생각하면 카페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겨우 삼십 분 남짓.
친구와 서둘러 안부를 나누고, 웃고, 다시 헤어질 준비를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날의 기억은 최근 어느 날들보다 온전하고 따뜻하게 남았다.
멀리까지 운전하는 게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고 이곳까지 무사히 왔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기쁘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기는 차에 타자마자 다시 잠들었고 다시 구불거리는 시골길을 운전해 집에 오자마자 아기 수유를 하고 재웠다.
그날 저녁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찍은 사진을 몇 번이나 꺼내 보았다.
짧았지만 분명히 행복했던 하루.
엄마가 된 내가, 아기와 함께 보낸 용기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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