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마음
여행지의 아이와 엄마
혼자 여행을 하던 중, 유명 관광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 앞에 걷는 것도 서툴러 보이는 아주 작은 아이와 엄마가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언뜻 보면 정말 예쁜 장면이지만 가까이 갈수록 뭔가 이상했다.
아이는 작은 다리로도 열심히 걸으려고 쫓아가고 있는데 엄마의 걸음은 너무 빨랐다.
아이의 팔을 잡아끌듯이 그저 앞으로 향하기 바빴다.
나는 엄마의 빠른 걸음에 아이가 넘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며 뒤를 걷고 있었는데,
엄마는 아이에게 관심은 없고 주변 풍경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입은 아이에게 끊임없이 타박을 하고 있었다.
'네가 그러면 집에 갈 거야, 이럴 거면 안 데리고 나올 거야, 네가 나오자고 해서 나온 거잖아.'
열심히 걷기도 바쁜 아이에게 탓만 하는 내용이 이어지며 목소리의 톤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내가 옆으로 지나가던 동안에도 아이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별 투정없이 따라가고 있었는데
엄마는 계속 너 때문에 힘들다며 짜증을 한가득 내고 있었다.
도대체 저렇게까지 짜증을 낼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왜 화가 나있는 건지 의아할 정도였다.
더 이상 보고 있는 게 힘들어서 나는 옆의 갈림길에서 다른 길로 향했다.
사실 그때부터는 기분이 너무 안 좋아져서, 관광지의 풍경들이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까 본 아이와 엄마의 잔상이 계속 남아있었다.
혼자 골똘히 아까의 상황에 대해 생각을 하며 걷던 와중에 또다시 익숙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을 보니 아까의 아이와 엄마가 있었고,
내가 봤을 땐 아이는 이번에도 가만히 있었는데 엄마는 계속 짜증을 내고 있었다.
조금 더 걷고 온 만큼 짜증이 더 난 걸까?
이번엔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까지 그 상황이 불편해져서 시선이 자꾸만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침 내가 있던 곳이 그곳의 포토존 같은 곳이라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아이가 힘들었는지 조금 떨어진 옆에 앉으니 엄마가
" 사람들 사진 찍고 있잖아 뭐 하는 거야!" 하면서 아이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끌며 또다시 짜증을 냈고
작은 아이는 허공에 들리듯이 엄마의 손에 끌려갔다.
그때도 아이는 투정한 번 부리지 않고 가만있었다.
그쯤 되니 포토존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사람도, 자세를 취하던 사람도 모두 당황해서 엄마와 아이를 바라봤다.
그래도 엄마는 아랑곳 않고 오히려 한 층 높아진 하이톤으로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너 때문에' '네가 이래서-'로 시작하며 다그치는 말들에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렇게 한바탕 화풀이를 하고 난 엄마는 또다시 아이의 손을 끌듯하며 빠른 걸음으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다른 곳으로 향하면서도 엄마의 다른 손은 여전히 주변 사진을 찍기 바빴다.
그 자리에 남은 나는 멀어지는 아이와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너무 슬픈 마음이 들었다.
나는 가지지 못한 소중한 존재를 가진 저 엄마가 왜 아이에게 화를 내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익숙한 듯 체념한 채 엄마의 짜증을 받아들이고 있던 작은 아이의 모습도 뇌리에 남았다.
내가 저 아이의 부모였다면 저러지 않았을 텐데,
내 아이한테 저런 말들을 쓰지 않았을 텐데,
소중한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이의 존재가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다 주고 싶은 존재일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에 금이 가던 순간이었다.
내겐 임신조차도 너무 어려운 숙제 같은데.
내 아이를 만나게 된다면 그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것 같은데.
저런 모습으로 타박하지 않을 텐데-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오던 길엔 그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오래 남아 무거운 돌덩이로 가슴 한편을 짓누른 듯 고통스러웠다.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훗날 만날 나의 아이에게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얘기해주고 싶다.
내 모든 사랑을 주고, 최선을 다해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다.
부디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아이들 모두가 사랑 속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