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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비 Dec 13. 2018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트레킹 2016

2016년 7. 31 - 8.5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워크에 다녀왔다. 몇 번의 해외 트레킹을 다녀왔더니 사람들이 묻는다. “어디가 제일 좋던가요?” 난감한 질문이다. 마치 지리산이 더 좋은지 설악산이 더 좋은지 묻는 것과 같은. 지리산은 어머니의 마음을 품은 포근함과 육둔함으로 사람을 감싸 안는 매력이 있다. 설악산은 뻗쳐오른 능선과 암벽들이 빼어난 골계미를 자랑한다. 존 뮤어 트레일은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의 다양성으로 감탄을 자아냈고, 몽블랑은 천 미터 이상을 오르고 내리며 빙하와 설산들을 마주하는 성취감이 있었다. 스웨덴의 쿵스레덴은 북유럽의 황량한 광활함과 백야가 빚는 빛의 변화가 신비로웠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한 마디로 ‘그레이트’하다. 일견 제주의 바다와 비슷한 풍광을 보이지만 절벽의 높이와 바다의 깊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누구도 ‘그레이트’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 대해 시비를 걸 수 없게 한다. 트레킹을 하는 6일 내내 바다는 멀어지고 가까워지며 우리와  동행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가 도보 여행자를 위한 ‘워크’이면서 명칭에서 ‘오션’을 뺄 수 없는 이유이다. 전망이 막힌 숲길이 조금 지루해 질만 하면 거대한 포말을 일으키는 드넓은 바다가 눈앞에 척 나타나 탄성을 내지르게 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힘찬 바다였다.   

  

전체 길의 대부분이 부드러운 흙길이다. 간혹 해변 모래사장을 걷거나 사구 언덕을 넘어야 했던 적은 있지만 발이 돌부리에 차이는 너덜 길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걷는 길의 질로만 따진다면 단연 세계 최고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걷기 여행자에게는 천국이라 할 만한 멋진 길이 계속 이어진다. 더러는 시야가 묶이는 단조로운 구간이 있긴 했지만, 그럴 땐 조수미와 푸른 하늘의 노래를 들으며 지루함을 극복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전체 길이는 104km이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올레 길처럼 기존의 옛길을 정비하고 적당한 거리마다 안내판과 캠핑장을 설치하여 2006년도에 개설하였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91km였다가 이후 연장되어 현재는 104km에 이른다고 한다. 해안 절벽 위를 차로 드라이빙하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는 별개의 개념이다. ‘로드’는 차들을 위한 길이고, ‘워크’는 걷는 자들을 위한 길이다. 로드와 워크는 해안을 따라 붙었다 떨어지며 나란히 이어진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출발 들머리는 ‘아폴로 베이(Apollo Bay)’라는 마을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마랭고 홀리데이 파크’이다. 멜버른에서 아폴로 베이까지는 차량으로 세 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갈 수도 있지만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며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야 해서 다소 위험 부담이 있다. 우리는 한인이 운영하는 픽업 차량을 이용해서 편리하게 이동했다.   

  

비극 또는 희극의 시작은 환승 비행편의 연발이었다. 왜 ‘비극 또는 희극’인지는 차차 알게 되시리라. 호주까지의 이동은 캐세이 퍼시픽 항공을 이용 홍콩을 경유해서 멜버른으로 향하는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여행 며칠 전에 환승 시간이 변경되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된다. 환승 시간이 1시간 20분에서 3시간 40분으로 늘어난 것이다. 덩달아 멜버른 도착 시간도 세 시간 정도 늦어지고 말았다. 원래는 일요일 아침 6시 25분 도착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9시 30분에야 멜버른 공항에 착륙하였다. 거기다가 입국 수속이 늦어지면서 한 시간 여를 더 소모하는 바람에 결국 공항을 겨우 빠져나와 픽업 차량에 올라탄 시간은 오전 11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완전히 진이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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