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그는 담백하다. 그리고 그 외에도 내 주변에는 담백한 친구들이 몇 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때때로 그들이 나를 아주 적당하게만(?) 좋아한다고 느낀다. 그들의 담백한 표정 때문에.
표정만 봐서는 그들의 사랑이 확 와닿지 않는다. 내가 로맨스 영화나 로맨스 소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그 모든 장르에서 늘 상대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고, 모든 우정은 애틋하고 특별하다. 그러다 현실을 보면,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서 당혹스러울 때가 많지. 특히 나처럼 연애를 못해본 사람의 경우에는, 기준이 현실의 연애가 아닌 블로그나 유튜브로 접하는 연애 이론인 경우가 많아 내 경우를 그 이론에 대입하면 늘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다가 때때로 놀라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의외로 그들을 찍으면서 나는 그들이 나를 매우 좋아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들을 마구잡이로 사진에 담고서, 나중에 꺼내보았는데 얼마나 환하게 웃고 있던지... 어쩌면 내가 그들을 바라볼 때, '저 사람은 이성적이야.', '저 사람은 표현을 할 줄 모르는 담백한 사람이야.'와 같이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보기에 그들의 솔직한 표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뭔가 대단한 말을 하지 않았는데, 손에 금괴를 쥐고 그들을 바라본 것도 아닌데 나를 앞에 두고서 그토록 환하게 웃을 수 있다니. 사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도,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
표지 사진; 이정연, 나의 작은 친구, 2021.3.
표지 사진 속 작은 친구는 당시에 처음 만나는 나 때문에 꽤나 어색해했다. 자신의 본래 자리인 조수석을 나에게 빼앗기고 뒷좌석에서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앞으로 건너와 내 손을 잡아주기도 했지만, 내가 들이대는 카메라마다 친구의 표정은 어색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저 사진만은 달랐다.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바라보는 저 시선의 끝에는 태어난 이후의 평생을 함께 한 사랑하는 형아가 운전을 하고 있다. 우리 작은 친구의 눈이 반달이 되었다. 사랑은 표정에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