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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Oct 02. 2020

이상하고 재미있는 삽질을 하고 싶어






언젠가 아는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일 년에 한 번씩은 낯선 경험을 하려고 노력해요."


낯선 경험. 익숙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나의 신경세포들을 하나씩 곤두서게 하는 일.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며 나의 세계를 넓혀 가는 일.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됐다. S는 만날 때마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다. 나만의 것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넓혀가는 것이었다. S는 이번에 와인을 공부해 보기로 했다며 말했다. "내가 그동안 마신 와인이 수십 병은 될 텐데, 이제는 좀 알고 마셔야 할 것 같아' 와인에 따라서 와인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다 있다며, 와인 좀 안다며 허세 부리는 사람들은 그럴만하다며 모두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 사적인서점엘 다녀왔다. 사적인 서점 대표님이 큐레이션 해주신 처방 커버 중 "삶의 방향을 탐색하는 당신에게"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펼쳐보니, 무루 작가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읽어주는 에세이다. 책장을 넘기다가 내 손끝이 머물렀던 이야기는 삽질을 하는 소년의 이야기였다. 사람들의 관심과 훈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삽질을 묵묵히 이어가던 소년은 애써 판 구덩이를 흙으로 다시 덮어버린다. 그 소년을 보며 저자는 자신의 삽질을 역사를 돌이켜 본다. 그 삽질의 역사가 절대 쓸모없지 않았다는 말을 읽으며 크게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경험,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 순수한 몰입, 외부의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이것이 삽질의 조건이다. 실컷 빠져들 만큼 재밌다는 점이 놀이하고도 닮았다.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직접 해봐야 안다. 구경꾼은 절대로 그 맛을 알 수 없다.
(...)
궁금하면 해본다. 새로운 것이라면 해본다. 망할 것 같아도 일단 해본다. 하다못해 재미라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재미난 것들이 모여 재미난 인생도 될 것이다.

-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중에서-


 나에게 독립출판을 한 것도 삽질의 결과였다. 요즘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래서 이제 책을 만들었으니, 다음은 뭐야~?" 글쎄, 우선은 몸과 마음에 충분한 휴식을 주려고 했는데, 자꾸만 꿈틀꿈틀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고개를 내민다. 다음은 무엇을 해볼까. 아주 재밌는 삽질을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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