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린 것들을 거두어 내고
이제 11월은 빈들이 되어갑니다
바람이 가득해지는 계절입니다
성질 급한 겨울이 며칠은 찾아와
집 앞을 서성이기도 하였습니다
어수선한 마음을 부여잡고
거리로 나섭니다
도시의 11월은
불빛으로 채워집니다
가로수길 은행잎들
수줍게 떨어져
휑해진 나뭇가지
반짝이는 인공별들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코엑스에 산타는
시간을 잘못 계산했는지
화려한 크리스마스와 함께
벌써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수다스럽게 웃으며
거리를 지나가는 여고생들
노오란 은행잎을
밟고 지나갑니다
사람이 풍경이 되어버린
그림이 너무 예뻐서
거기서 오랫동안
떠나는 가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나도 이 자연 속에
하나의 그림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