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보통은 내가 읽고 나서 정말 좋았던 책을 추리고, 그중에서 상대방에 따라 어울릴만한 책을 아주 신중하게 고른다. 제대로 내용을 흡수하고 음미했던 책들 중에서 고르기 때문에, 선물할 대상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에 어울리는 책이 생각이 난다.
책을 받는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말을 건넬지 상상하면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내가 선물한 책이 그의 집 어느 공간에 들어설까. 어떤 책꽂이, 어떤 책들과 함께 꽂힐까 궁금하기도 하다.
선물하고 난 후에 만나면 자연스럽게 내가 선물한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된다. 같은 책을 읽은 상대방과의 대화는 더없이 즐겁다. 내가 받은 통찰을 상대방도 받았는지, 기억에 남는 글귀는 어떤 것이었는지, 다 읽고 나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나와 같았다고 해도 좋고, 다르다면 그것마저도 흥미롭다.
선물을 위해 책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까지의 모든 행위가 참으로 이상적이고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누가 내게 책을 선물해 주면 몹시 행복해진다.
내가 그러한 것처럼 상대방도 나를 위해 열심히 책을 고르고 건넸을 것이고, 건넨 책과 함께 나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특별하지 않은 날에도 느닷없이 선물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가볍거나 깊은 대화를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매개체이다. 상대를 위한 책을 고르면서 나를 위한 시간까지 얻으니 참 다정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