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고?

요즘 잘 팔리는 책들은 어떤 내용일까? 과거에는 "열심히 살아라" 또는 "최선을 다 하라"와 같은 내용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움받을 용기를 갖고 자신의 마음을 보살펴라" 또는 "다른 사람 눈치보지 말고 신경 끄고 살아라"라는 주제가 많다. 드디어는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열심히 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을 돌보면서 남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인생이라는 의미에서다.

속지 마라. 그 말대로 살다가는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누군가. 대개 다 갖춘 사람들이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지명도가 높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 자기는 이미 다 가졌으니 속물 같은 말 말고 폼 나는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Full 소유한 자라서 무소유를 얘기할 수 있는 거다. 법정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님 같은 분은 예외다. 무소유인 자가 무소유 하라고 얘기하면 누가 그걸 귀담아 듣겠는가. 이건 없는 자의 넔두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책을 팔고 강연하기 위해서 한 말인 경우가 많다. 꼭 서울대 수석 합격생이 TV에 나와서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실은 이런 말을 하는 그들도 젊은 시절 치열히 살아왔을 것이고 그랬기 때문에 오늘에 이른 거다. 그들도 내심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거다.

며칠 전 혜민 스님 관련 뉴스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법정스님에 이어 무소유의 대명사로 불리던 혜민 스님이 사실은 풀(Full) 소유라는 뉴스였다. 미국 국적의 그는 남산 뷰가 바라보이는 주택(소유자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이니 결국 자신)에 살면서, 또 다른 건물주이기도 하고 페라리 자동차도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책 인세만도 30억 원이라고 한다. 뉴스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자 그는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고 한다. 참 씁쓸한 뉴스였다. 그분의 말씀에 매료되어 책을 사고 강연을 듣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뭔가.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혜민 스님 장사시켜준 거다. 졸지에 혜민 스님의 호갱이 돼버렸다. 이런 일이 혜민 스님뿐일까. 그런 사람들은 당신 인생을 절대로 책임지지 않는다.

물론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음에도 국민의 삶의 질에 비해 행복 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소득, 재산 등 경제적 가치가 행복 지수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사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기간의 초고속 성장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행복할 권리를 맞바꾼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서두에 말한 대로 '어차피 인생은 한 번 뿐(You Only Live Once)이니 대충 살자'라는 마음으로 살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쩔 수 없이 100년을 살아야 하는 인생인데 누가 내 인생을 책임져 줄까. 젊은 시절 자신을 돌보면서 적당히 살다가 적절한 재정 규모를 갖추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만혼/비혼 증가, 출산율 저하, 가족의 해체/붕괴, 독거노인의 양산, 고독사 증가 등 오늘날 고질적 사회 문제를 양산하게 된다.

100년이라는 짧지 않은 인생, 잘 살기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대충대충 살아서는 절대로 잘 살아 낼 수 없다. ‘잘 살아 낸다.’라는 말이 뭔가. 세상이 나를 끌고 가게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내 환경과 여건이 어떻든 내가 주도적으로 내 삶을 끌고 가야 한다는 말이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백세 인생을 잘 살아내야 한다. 평생을 잘 살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다. 70~80년을 잘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인생 시나리오 어떻게 짜야 할까? 초기 30년은 배우는 기간, 중기 30년은 돈 버는 기간, 후기 30년은 나누고 베푸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어려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젊어서는 열심히 돈 벌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흔히들 생각하는 학교 공부뿐만이 아니다. 자신만의 필살기를 말하는 것이다.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적절한 재정 상태를 갖추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중기 30년은 빡세게 벌어야 한다. 열심히 벌어서 중/노년에 자신과 가족의 행복한 삶에 소비하고 노년에 타인과 후손들에게 베풀고 나눌 수 있는 여력을 갖춰야 한다. 또 건강관리도 해야 하며 인간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모든 일에 수고와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마음을 보듬고 공감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정신건강이나 육체 건강을 해칠만큼 공부나 일에 몰두해서는 안 되지만 그러지 않고 되는 일도 없다. 그 한계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고 적어도 거기까지는 노력해야 한다. 성공자나 위인들은 그 한계를 넘어선 사람들이다.

“라떼는 말이야...”라고 들리는가. 그래도 할 수 없다.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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