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큰 적(敵)은 나 자신이다

내게는 나쁜 습관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TV로 영화 보는 습관이었다. 영화 보는 게 뭐가 나쁜 습관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걸로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면 문제 아니겠는가. 영화 시청을 워낙 좋아하는데 극장에 자주 갈 수 없으니 집에서 TV로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이게 어제오늘이 아니라 오래된 습관이었다. 요즘처럼 영화 전용 채널이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던 옛날에는 토, 일요일 밤 주말의 명화를 즐겨 시청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교회 가야 하는데 전날 밤늦게까지 TV를 보느라 예배 시간에 졸기 일쑤였다. 그런데 영화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그 습관이 잘 안 고쳐졌다. 그것 때문에 아내에게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 게다가 요즘에는 영화 전용 채널과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어 거의 매일 저녁 영화를 봤다. 매일 저녁 식사 후 9시 뉴스 보고 난 다음에는 영화에 빠져 살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다음날 활동에도 지장이 있고 좋아하는 독서나 글쓰기도 못 하는 일이 반복됐다. 작년에 세 번째 책 출간 계획을 세우고 70% 정도 썼는데 여간해서 마무리를 못 내고 있었다. 책 써야 할 시간에 영화만 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워낙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쉽게 끊을 수 없었다. 10월이 되자 더 늦춰서는 올해 못 끝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고 마무리를 위해 영화 시청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영화를 끊고 매일 저녁 글쓰기에 몰입하자 한 달 만에 탈고했고 올해 6월 <자기 인생의 각본을 써라>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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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누구나 나름의 습관이 있다. 더러는 좋은 습관도 있겠지만 대부분 나쁜 습관이 더 많다. 누구나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나쁜 습관들이 있다. 그런데 그걸 쉽게 고치지 못한다. 오래된 습관이기 때문이다. 습관(習慣)이 뭔가. 오래 반복적으로 해오다 보니 관성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이다. 마음으로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데 나도 모르게 손이 가고 발이 간다. 어린 시절 읽었던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의 일화가 생각난다.

김유신은 젊은 시절 천관(天官)이라는 기녀(妓女)와 사랑에 빠졌다. 여염집 규수도 아닌 기녀와 사귀는 아들이 못마땅한 어머니 만명부인은 아들을 불러 엄히 질책한다. “임금을 받들고 나라를 세워야 할 자가 밤낮 천한 기생과 음탕하게 시시덕거리기만 하다니 도대체 무슨 짓이냐!” 어머니의 꾸중을 들은 김유신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어머니와 약조를 한다. “소자는 향후 다시는 그 집 문을 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술에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말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의 영특(?)한 애마가 그만 그가 노상 다니던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 천관의 집에 도착한다.


반가움에 달려 나온 천관의 목소리에 술이 깬 김유신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다시는 발걸음을 하지 않겠노라고 한 어머니와의 약속과 자신의 맹세를 깼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린 그는 칼을 들어 단호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애마의 목을 자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관의 집을 떠났고, 이 둘은 그 이후 다시 만난 적이 없다고 전해진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다소 지나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그였기에 그는 친구였던 태종 무열왕(김춘추)을 도와 삼국을 통일한 명장이 될 수 있었다.


그만큼 습관은 무섭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내가 김유신이라면... 내 애마가 무심코 나를 거기로 인도했다면 나는 어쨌을까?’ 생각해 본다. 김유신처럼 말의 목을 벳을까, 아니면 이왕 왔으니 놀고 가자고 했을까. 분명한 것은 그 습관을 깨지 않고는 다른 길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걸 깨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다. 뭔가를 이루려면 뭔가를 버려야 한다. 그게 무엇인지 나 자신은 알고 있다. 만약 내가 그때 영화 시청을 중단하지 않았더라면 내 세 번째 책은 아직까지 태어나지 못했을 거다. 쓰다 만 원고 상태로 내 컴퓨터에 들어 있을 것이다. 인생의 성장은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기르는 데 있다. 나는 오늘 무슨 습관을 버릴 것인가? 또 무슨 습관을 기를 것인가?


나는 요즘 영화를 볼까? 안 볼까? 요즘은 주 1회 정도 본다. 그리 영화를 좋아하는 내 마음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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