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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남의 책 읽기 <킹세종 더그레이트>

참으로 놀라운 책이다. 무협소설 <영웅문>과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오랜만에 밤을 새워 읽은 책, <킹세종 더그레이트>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왕, 세종 이야기를 외국인이 썼다! 조선의 세종대왕에 대한 역사 소설을 쓴 사람이 미국 작가라니. 스타트랙의 작가 조 메노스키가 쓴 <킹세종 더그레이트>


세종대왕의 위대성에 대해 지금까지 읽은 평가 중 작가가 쓴 서문 외에 더 나은 평가가 없기에 그대로 옮겨 적는다.

“만약 유럽의 어떤 지도자가 백성들을 위해서 글자를 만들었다면 전 세계는 이미 그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전 세계의 소설과 영화, TV 시리즈 등에서 유럽의 지도자의 이야기가 소재가 되고 재해석되었을 겁니다. 저는 한국 외 다른 국가들에게서 세종과 필적할 만한 상대가 있었다면 과연 누가 될 수 있을까 상상해 봤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피렌체의 통치자인 경우일까? 아이작 뉴턴이 영국의 왕인 경우일까? 비교할만한 대상 자체를 찾기가 힘듭니다. 세종대왕에 대한 저의 마음은 마치 영웅을 숭배하는 것과 같았기에, 한글의 이야기를 제 손으로 직접 쓰고 싶었습니다. 영어로 쓴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한글을 아직 알지 못하는 영어권의 사람들이 세종대왕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책은 세종의 천재성과 국가 경영 능력(정치, 경제, 교육, 과학, 국방, 외교 등), 애민정신에 기초해 탄생한 한글의 위대성이 부각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소헌왕후와의 러브 스토리는 독자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고 조정 대신들과 유생들의 조직적 저항 및 국왕 살해 음모는 절로 한숨이 나게 하다가, 충신들의 목숨 바친 헌신에는 박수가 터진다. 무엇보다 저자는 스타트랙 작가답게 국제적 스케일에 스릴러 요소를 가미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작가는 조선과 명나라, 일본 섬들을 넘나들며 일본과 명나라의 조선 침략 행위와 세종을 살해하려는 몽골의 자객 침입 등 흥미진진하게 역사 판타지를 선물하고 있다.  


이 책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한글의 위대성인데, 책의 1부 <창제>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율이 느껴졌다. 우리가 익히 들어온 내용임에도.

"지금 우리 조선에서 사용하는 소리는 중국의 소리와 달라 한자로 표현할 수 없다. 그 결과 한자를 배우지 못한 일반 백성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 사유를 글로써 전달할 방법이 없다. 바로 그런 사실이 과인을 슬프게 만든다. 그래서 과인은 28개의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 이 표음 문자는 배우기가 쉬워 조선의 백성들 누구라도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과인은 이 문자들을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즉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부르기로 했다."


저자는 신하인 정인지의 입을 빌려 훈민정음 창제를 '혁명'이라고 불렀다. 완전히 새로운 것, 하늘 아래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문자가 떡 하니 세상에 나타났다. 새로운 별, 28개의 별들, 28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별자리가 태어났다. 또 다른 신하 박팽년은 고백한다 "28자를 모두 익히는데 겨우 차 한 주전자 준비하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본 해적들에게 포로로 잡힌 신숙주가 듣지도 말하지도 못 하는 일본인 어린이에게 한글로 일본어를 가르쳐 구국의 단초를 마련하는 장면도 눈물겹게 아름답다.  


책을 덮는 순간 느낄 것이다. 한국인의 세종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노라고. 아니 무지했노라고. 


책 읽는 남자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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