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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싼 Aug 08. 2024

프롤로그

질문의 시작

  재작년 학교를 옮기며 새로운 교장선생님과 면담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제는 어쩌다 보니 출신 도시와 대학에서 멈췄고, 내가 워싱턴 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을 말하자 교장선생님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You were a homegrown!" 


  홈그로운? 대학 시절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식당 옆 샌드위치 가게 이름이었는데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먼저 스쳐갔다.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현지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로 건강한 샌드위치를 만든다는 모토로 유명했던 체인점. 당시엔 그저 내가 생각보다 오래전에 미국에 왔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나 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웃어넘겼지만 집에 돌아온 그날 밤, 나도 모르게 계속 그 표현을 곱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특정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현지 출신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람이 그 지역이나 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임을 나타냅니다. 또한 그 사람이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조직에서 자체 육성된 인재임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대개 자부심이나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 사람이 어떤 지역이나 조직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강조할 때 사용됩니다.


  챗GPT에게 빌려 온 지혜로 나는 Homegrown의 문화적 의미를 조금 더 자세히 그리고 면밀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현지 출신” “자체 육성” “자부심” 과 같은 단어들이 돌부리처럼 발에 걸렸다.  


  2010년 가족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시점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이제 막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으로 넘어가는 해 겨울이었다. 15년이면 현지 출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걸까? 낳아 주신 친어머니와 길러 주신 양어머니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아이처럼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현재의 나는 만나는 사람에 따라 한국인이 되었다가 미국인이 되었다가 어쩔 때는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의 위치에서 방황한다. 어떤 때는 숫자 1과 더 가까운 것 같다가도 금세 2로 밀려나고, 2가 즐비한 무리에서는 다시 슬그머니 1쪽으로 뒷걸음치기도 한다. 결국 1.5에 닻을 내리고 나 자신과 타협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범주와 잣대에서 벗어나 좀 더 본질적인 나를 찾고,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내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 앞으로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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