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아닌 '칠부바지' 신세라니요
1.5세대의 정의를 찾아보며 깨달은 사실 하나는 그 개념 자체가 너무나 모호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부모 세대가 이민 오면서 함께 온 학령기 자녀라고 정의하고, 일부 매체는 아예 특정 수치를 대며 5세에서 13세 사이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보호자를 따라온 아동과 청소년이라고 못 박는다. 그렇다면 만 15세, 부모님이 아닌 순수 나의 의지로 미국행을 졸랐던 나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 걸까?
더욱 의아했던 점은 타지의 한인 1.5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글과 기사들이 하나같이 비관적이고 회의적이라는 것. 사실 나 또한 개인적인 이민 경험을 나눌 때 자조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으므로 이 부분에서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1.5세대의 삶이 이도 저도 아닌 '칠부바지' 신세라는 표현을 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 서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나쁜 의미도, 틀린 말도 아닌데.
어쩌면 내가 1.5세대로서 겪어왔던 부정적인 경험을 관통하는 비유라 유난히 더 불편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언어와 문화를 마주하며 느꼈던 두려움과 열등감, 그리고 미국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성적에 대한 압박, 타국에서 고생하는 부모를 보며 느꼈던 막연한 죄책감과 그렇기에 견딜 수밖에 없었던 책임감, 하루아침에 부모 자식의 위치가 뒤바뀐 후 감내해야 했던 역할 부담과 중압감, 양쪽 문화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고립감과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소외감 등.
유독 인간에게 소속의 부재가 힘든 이유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소속감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정체성을 이해하고, 닮은 모습의 공동체 안에서 연대감과 안정감을 얻을 테니. 이민 1.5세대로서 나는 지금껏 그 소속감을 찾기 위해 계속 방황하지 않았나 싶다. 두 문화를 오가며 끊임없이 나 자신을 탐구하고 재정의해야 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비록 '칠부바지'라는 네 글자가 내 삶을 표면적으로 함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한 단어에 내 모든 경험과 감정을 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제는 이런 모호함마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경계에 서 있는 나를 긍정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 아닐까 고민한다. 이도 저도 아닌 칠부바지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활용할 수 있는, 쓰임새 있는 칠부바지가 되고자.